[데스크의 눈]국민은행 노조의 무리수

  • 등록 2019-01-07 오전 6:00:00

    수정 2019-04-21 오후 10:42:41

[이데일리 김영수 금융부장] “어쩌다 이 지경까지….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스스로 허물어선 안 된다.”

오는 8일 KB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본부장급 이상 54명의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며 총파업 강행시 전원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번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차갑다. 파업을 위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원으로 억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는 성과급 300%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총파업을 결의했다. 은행 경영진은 닥쳐올 경기하강 국면 등을 고려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2000년 겨울, 국민·주택은행 합병반대를 위한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당시 노조는 합병 이후 발생할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일주일간 농성을 벌였다.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절박감 때문에 1만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국민은행은 당시 파업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수년간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점 업무가 마비되면서 돈을 찾지 못한 개인 고객과 어음교환을 하지 못한 기업 고객들이 등을 돌렸다. 이런 전례를 경험한 국민은행 경영진은 이번 노조의 총파업으로 은행 이미지뿐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이 우려스러운 또다른 이유는 아직 샴페인을 터트릴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국민·주택은행 총파업 이후 19년이 지났지만 국내 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주요 은행들에 비해 높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금융지인 더뱅커(The Banker)에서 선정(2017년 기준)한 세계 100대 은행의 평균 ROA는 0.76%, ROE 9.86%, NIM 2.04% 등으로 이 리스트에 선정된 우리나라 은행(KB·신한·하나금융, 우리·기업·산업은행)의 평균 수익성 지표(ROA 0.57%, ROE 7.95%, NIM 1.76%)를 크게 앞서고 있다.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은 좋지 않다. 실제 올해는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데다 대출규제 등을 고려하면 대출자산 증가율 둔화와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2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2년간 은행 수익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저금리 기조하에 대출자산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결국 국민은행 노조의 요구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당장 주머니만 두둑이 채워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총파업을 경험했던 국민은행 퇴직 임원은 “2000년 총파업이후 (통합)국민은행이 19년간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가 이번 총파업으로 다시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선후배들이 함께 일궈낸 국민은행의 위상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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