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대통령의 사람들

  • 등록 2019-06-21 오전 6:00:00

    수정 2019-06-21 오전 6:00:00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 자리에 오르는 첫 케이스가 된다는 것부터가 파격이다. 현 문무일 총장과 비교해서도 5기수나 아래다. 문 대통령이 그를 검찰의 핵심 자리로 끌어올렸던 만큼 개인적인 신임이 두터웠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굳이 끌어댄다면 윤 후보자가 2012년 대선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좌천됐으며, 2016년에는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해 국정농단사건 수사를 맡았다는 정도다. 문 대통령의 첫 대권도전 관련사건에서 피해를 입었고, 특검팀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한 것이 감정적인 연결고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의 사람’으로 편입된 것이다.

좋게 말하면 신임이고, 어긋난 눈길로 바라보자면 ‘자기 사람 심기’다. 여간해선 바깥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지 않는 데다 한 번 쓴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쓰는 문 대통령의 인사 방식을 평가하는 상이한 인식이다. 새 인물을 끌어들이지 않으니 기존 인물들을 옆에 붙들어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두 해를 넘기는 동안 각 분야에서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내부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진용 개편으로 물러난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특임외교특보라는 자리가 맡겨진 것이 하나의 사례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에게는 주중대사 임무가 부여됐으며, 탁현민 선임행정관에게도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이라는 직함이 맡겨졌다. 누적된 인사검증 실패로 조현옥 인사수석이 뒤늦게 교체됐지만 그 자리에는 과거 문 대통령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활동했던 김외숙 법제처장이 임명됐다. ‘코드 인사’에서 더 나아가 ‘회전문 인사’라거나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드러난 인사 압력도 경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블랙 리스트’이건 ‘체크 리스트’이건 본질적인 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편중 인사의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게 문제다. 설령 번지수가 틀린 경우라 해도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십상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탈원전 정책 등 중요 사항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아무런 반론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시중에선 온통 아우성인데도 정작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설령 정책 방향이 맞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속도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될 법한데도 그런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새로 검찰총장에 지명된 윤 후보자에 대해 걱정의 눈길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가 일찍부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골 검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앞으로 대형사건 수사에 있어 행여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추진돼 온 적폐수사 과정에서도 당사자들의 적지 않은 반발을 야기했던 마당이다. 추후 진행될 검·경 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신설 과정에서 그가 개인적으로 어떤 소신을 드러낼 것인지 미리부터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여당 쪽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 대해 문제 인식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물론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침해받아선 안 된다. 비슷한 행태가 역대 정권을 거치며 이어져 내려왔기에 특별히 지금 정권만 탓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직 안팎에서는 물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에 의해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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