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랑의 고통·창작의 고뇌…경성시대 문인들의 사랑

작뮤지컬 '팬레터' 세 번째 공연
그림자 조명 활용한 이색 연출 '눈길'
잔잔한 선율, 감성적 스토리 조합
일제강점기 설정은 호불호 갈릴 수도
  • 등록 2019-11-25 오전 12:40:00

    수정 2019-11-25 오전 12:40:00

뮤지컬 ‘팬레터’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라이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팬레터’의 한 장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여인 히카루와 편지만으로 사랑에 빠진 작가 해진이 육체적 고통과 창작의 고뇌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진다. 문학 지망생 세훈이 그런 해진을 안타깝게 쳐다보자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팬레터’는 뮤지컬이라고 꼭 흥겨운 노래와 춤만 있는 것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손편지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소재를 통해 전하는 애틋한 사랑이 무척 감성적이다. 예술과 사랑 앞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물들이 켜켜이 쌓아올리는 감정에 관객은 어느 새 우수에 젖어든다.

작가 한재은, 작곡가 박현숙이 만든 ‘팬레터’는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공연제작사 라이브가 주관하는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1 선정작이다. 2016년 초연에 이어 2017년 재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공연은 2년 만의 재공연은 개막 당일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작가 이상, 김유정 등이 만든 순수문학단체 ‘구인회’를 모델로 한다. 문학을 사랑하고 열망했던 경성시대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를 등장시켜 당시의 시대 분위기와 예술적 감성을 무대 위에 재현해 보인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천재 여류작가 히카루를 중심으로 사랑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뮤지컬 ‘팬레터’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라이브).


무대는 한옥을 형상화해 꾸몄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세트를 적절하게 이동하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대 뒤편에서는 그림자 조명을 활용한 이색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비밀을 간직한 히카루를 그림자로 표현함으로써 캐릭터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는, ‘팬레터’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음악은 감성적인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선율로 이뤄져 있다. 귀를 사로잡는 킬링 넘버들은 아니지만 인물의 갈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극장 음향 시스템의 문제로 음악이 다소 빈약하게 들리는 점이 아쉽다.

스토리도 무척 감성적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 해진, 그런 해진을 선망하면서 동시에 걱정하는 세훈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일제의 억압에 맞서 ‘문학’을 지키고자 하는 ‘칠인회’의 모습도 당시 시대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만 의아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해진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음에도 그 여인의 정체를 좀처럼 궁금해 하지 않는 모습이 그렇다. 일제강점기를 감성적인 이야기의 무대로 활용한 점도 관객 입장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이번 공연은 초연과 재연에서 흥행을 견인했던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해진 역에 김재범·김종구·김경수·이규형, 세훈 역에 이용규·백형훈·문성일·윤소호, 히카루 역에 소정화·김히어라·김수연이 출연한다. 이들 외에도 박정표·정민·김지휘(이윤 역), 양승리·임별(이태준 역), 이승현·장민수(김수남 역), 권동호·안창용(김환태 역) 등이 호흡을 함께 맞춘다. 공연은 내년 2월 20일까지.

뮤지컬 ‘팬레터’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라이브).
뮤지컬 ‘팬레터’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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