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혐오·갈등 대신 위로와 연대가 필요한 때

  • 등록 2020-03-03 오전 1:17:00

    수정 2020-03-03 오전 1:17: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기승을 부리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이 아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않는다는 이유로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사대주의`(事大主義) `대통령 탄핵` `주무 장관 해임 촉구` 등 정치 공세를 퍼붓고,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이만희 총회장은 살인마 취급을 당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천지 해체 촉구 청원이 120만명에 육박하고, 급기야 서울시는 이만희 총회장을 포함해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2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보호구 착의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와의 사투를 위해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곗바늘을 6년 전으로 되돌린 듯 마치 세월호 참사 직후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의 책임론이 거셌지만, 당시 처벌 받은 건 현장 지휘관이던 해경 123정장 단 1명뿐이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구조 지휘 책임 보다는 세월호 선원들과 선주였던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집중됐다. 유 전 회장이 교주로 있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역시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대대적인 수색과 고액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유 전 회장은 체포되지 않았고 전남 순천시 한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참사 책임자 처벌은 흐지부지 됐다.

참사 발생 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달에야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 11명에게 구조방기 등 지휘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면 재수사를 위해 출범한 지 100일째 실현한 `반쪽짜리 정의`였다. 조사과정에서의 외압 의혹 등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잘못 짚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현 정권을 겨냥한 공세와 신천지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라거나 `때문`이란 극단의 언어는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 국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고통받는 국민과는 따로 놀고 있는 모양새다.

야권 주장대로 사태 초기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했다면 어땠을까. 경제·외교 관계는 생각지 않은 섣부른 결정이라고 쏘아붙였을 게 뻔하다. 대구·경북 지역을 콕 집어 `투표 잘 하자`고 한 유명 소설가는 또 어떤가. 이전 정권 때 보수 진영 인사가 그랬다면 아마 입에 거품을 물고 험한 말을 쏟아냈을 게다.

방역 현장에선 그야말로 사투(死鬪)가 벌어지고 있다. 휴가도 반납한 채 달려온 의료 봉사자들, 타지에서 대구에 온 의료 봉사자들을 위해 기꺼이 숙소를 무료로 내놓은 게스트하우스 사장, `착한 임대인 운동`에 나선 선한 건물주 등 각계각층에서 연대와 위로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진영 논리에 갇힌 혐오나 갈등 부추기로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주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잘잘못과 책임은 이 난국이 끝난 뒤에 따져물어도 늦지 않다. 힘내요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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