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창의적 연구지원, 韓 첫 노벨과학상은 고대서 배출"

고대 114년 역사상 첫 공대출신 총장…“연구환경 개선”
“노벨과학상 수상 근접한 교수 등 대상 연구 지원 확대”
“모내기하는 심정으로 기반 마련…미래에 성과 거둘 것”
“강의 미리 듣고 수업 땐 질문·토론으로…교육혁신 추진”
  • 등록 2020-06-02 오전 1:19:00

    수정 2020-06-02 오전 6:33:58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국내 연구자들 가운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최초로 배출된다면 고려대에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재임 중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사진=김태형 기자)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114년 고려대 역사상 첫 공과대학 출신 총장이다. 그런 만큼 교수들의 창의적 연구를 지원, 노벨과학상 수상의 기반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연구자의 노벨과학상 수상은 10년, 20년 뒤에도 불가능할 수 있지만 목표를 그렇게 세우고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정 총장은 이를 모내기에 비유했다. 그는 “재임기간 중 가시적 실적을 거두겠다는 생각보다 모내기 한다는 심정으로 기반을 다지면 미래에는 반드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정 총장은 교육혁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에 원격강의가 확대된 지금이 교육혁신을 추진할 적기라고 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력을 키워주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 대표적”이라며 “원격수업이 확대되면 교수는 강의를 미리 올려놓고 학생들은 이를 등교하기 전 수강한 뒤 수업시간은 온전히 질문과 토론으로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여파로 상당기간 원격강의가 이뤄졌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그나마 우리 대학은 온라인학습관리시스템(LMS)을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구축해 놓은 상태로 LMS를 통해 과제물 등 파일을 공유하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그럼에도 신학기 개강 뒤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는 초기에는 수강생들이 몰리면서 강의 접속이 불안정했다.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된 상태지만 교내 와이파이 용량을 확충하고 온라인 강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코로나 이후 고등교육의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신기술 출현에 의한 급격한 변화’와 ‘예측 불가능한 미래’이다. 앞으로 고등교육분야에서도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강의실에 출석해 교육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 강의도 시공간을 초월할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거나 직장에 재직 중인 사람도 대학 강의를 손쉽게 들을 수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원격강의 활성화가 평생교육·재교육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고등교육분야의 위기이자 기회이며 앞으로 대학 역량에 따라 도약하거나 도태되는 대학이 나올 것이다. 고려대는 이번 기회에 고려사이버대와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 이미 사이버대는 원격강의의 기술적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양 기관의 인프라와 노하우, 교육컨텐츠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중등교육분야에서는 원격수업 확대가 고교학점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고등교육분야에서의 기회가 될 부분을 예로 든다면.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력을 키워주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 대표적이다. 원격수업이 확대되면 교수는 강의를 미리 올려놓고 학생들은 이를 등교하기 전 수강한 뒤 수업시간은 온전히 질문과 토론으로 채울 수 있다. 가령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유명 교수가 열역학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면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는 위기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자신의 강의에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해당 강의를 미리 듣고 오게 한 뒤 실제 수업시간은 이에 대한 설명과 토론으로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고려대는 해외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는 대학이다. 세계대학순위를 높이려면 연구역량 제고가 필수적인데.

△우리 대학에 발전기금을 꾸준히 기부하시는 분이 최근에는 연구 목적의 기부금을 쾌척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작년부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교수 중 몇 분을 선정, 1억 원씩 연구지원금을 드리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고려대 교수 7명이 논문 피인용 횟수 상위 1%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러한 분들이 지원 대상이다. 국내 연구자 중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최초로 배출된다면 고려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교수들의 창의적 연구, 목표 지향적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환경 등 인류가 직면한 난제 해결에 기여할 가치 있는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연구자의 노벨과학상 수상은 10~20년 뒤에도 불가능할 수 있지만 목표를 그렇게 세우고 기반을 다지겠다.

-고려대 114년의 역사상 첫 공과대학 출신 총장인데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성과는.

△교수님들의 연구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싶다. 사립대의 경우 연구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교수사회의 기대감이 크다. 총장 재임 중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후임자가 그 성과를 거두더라도 모내기하는 심정으로 기반을 마련하겠다. 다만 공대 출신 총장으로서 임기 중 스마트캠퍼스는 완성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내 SK미래관을 테스트배드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는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테넷(IoT) 기반 환경이 구축돼 있다. 학생들은 해당 건물의 토론실을 스마트폰으로 예약한 뒤 정해진 시간 동안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모바일 신분증이나 IoT기술을 토대로 한 실험실 안전감시체제 등을 추진하겠다.

정진택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설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사진=김태형 기자)


-4차 산업시대에 강조되는 분야가 인공지능인데 대학이 관련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대학이 교수나 연구자로 영입할만한 인공지능 전문가는 국내에 많이 없고 해외에서 영입해야 하는데 몸값이 너무 높다. 고려대는 지난 3월 KAIST·성균관대와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대학원 사업에 선정됐는데 올해까지 벌써 선정 대학이 8곳으로 늘었다. 앞으로는 이들 대학 간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겸직제한 규정을 풀어 AI 전문가들이 대학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 교수들은 영리 목적의 업무를 겸직할 수 없는데 이런 규제를 풀어 국내 대학이 해외 AI전문가를 교수로 위촉할 수 있어야 한다.

- 재임 중 추진하고 싶은 교육혁신이 있다면.

△전공교과에 대한 교육은 전적으로 해당 학과 교수님들의 몫이다. 총장은 그 외 시간인 비교과활동(동아리·봉사·해외활동·창업경험 등)에 관심을 두고 교육혁신을 추진하려고 한다. 특히 학생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학부생 창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시행착오를 겪은 학생은 미래를 고민하게 되고 향후 진로를 설계하게 된다. 명문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부침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한 단계 성장하길 바란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1960년 대구 출생 △성남고 졸업 △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공학박사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1993~현재) △고려대 공학교육연구센터장·교수학습개발원장·대외협력처장·공과대학장·테크노콤플렉스원장·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고려대 제20대 총장(2019~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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