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가짜뉴스 잡겠다고 언론에 재갈 물리나

  • 등록 2021-07-12 오전 6:00:00

    수정 2021-07-12 오전 6:00:00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에 열린 2021 미디어 관련 법률안을 다룬 긴급토론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은구 기자] “언론에 재갈을 물라는 악법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언론통폐합을 상기시킨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이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와 관련해 인정되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지난 9일 최형두 국민의 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자본가나 권력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8일 성명서를 통해 “중대한 국정 현안에 대한 비판기능이 제한받으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SNS를 통해 “국민의 피눈물로 쌓아올린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를 하루아침에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파시스트적 악행’이며 ‘악법’이자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이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과 비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통폐합은 1979년 12·12사태를 일으켜 실권을 장악하고 언론보도를 검열해온 전두환 신군부가 이듬해인 1980년 초부터 정보처를 통해 권력장악에 필수적인 언론 통제를 하려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저항적이거나 비판적인 언론인을 해직한 사건이다. 당시 중앙일간지 1개, 경제지 2개, 지방지 8개, 통신사 6개 등 44개 언론매체가 통폐합됐고 1000여명의 언론인이 해직됐다.

이번 개정안이 언론통폐합 당시와 비교될 수 있는 근거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 결국 언론의 의무인 권력과 감시의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표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른 재산상의 손해나 인격권 침해, 그 밖의 정신적 고통에 최대 5배의 배상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언론 본연의 의무인 권력과 기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언론의 보도대상들이 걸핏하면 소송으로 맞대응할 여지가 만들어져서다. 현행법상 언론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죄 처벌은 가능하다. 현재 상태에서도 잘못된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가 나서거나,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쪽에서는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실제 ‘가짜뉴스’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을 터.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법적으로 명문화된다면 진실 보도도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 가짜뉴스로 몰아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에서 장기적으로 싸움을 이끌어가는 사례가 늘어날 게 뻔하다.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본연의 업무를 처리하는 중에도 공판이 있을 때마다 피고인으로서 법정 출석을 계속해야 한다. 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다. 이 같은 사례가 계속된다면 결국 권력기간이나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이번 개정안이 언론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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