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물가만큼 중요한 자산가격

  • 등록 2021-07-14 오전 6:00:00

    수정 2021-07-14 오전 6: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시장에서는 하반기 국내외 경제를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로 물가를 꼽고 있다. 물가에 따라 중앙은행의 정책이 바뀌고 금리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좋게 보는 쪽에서는 상반기 물가 상승을 좌우했던 기저효과가 하반기에는 사라지는 만큼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얘기한다. 반대쪽에서는 기저효과 외에 다른 물가 상승 압력도 있어 높은 인플레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주급이 1000달러가 되지 않을 경우 일을 하지 않는 게 일을 하는 것보다 수익면에서 유리하다. 임금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극단적인 경우 임금의 3배에 해당하는 돈이 정부 보조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 지원은 조만간 끝난다. 대신 집단면역이 이루어져 야외활동이 정상이 되면서 인력 수요가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가 필요한데 인력을 확보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 임금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과 임금 간 관계를 봐도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실업률이 5.5% 밑으로 내려올 때부터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졌었다. 5월에 실업률이 5%대로 들어온 만큼 임금이 오르는 한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버블도 문제다.

4월 미국의 S&P 케이스 실러 전국주택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넘게 상승했다. 시애틀을 포함한 5개 도시의 상승률은 사상 최고치다. 30년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대로 떨어져 자금조달이 쉬워진 반면,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아 주택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공급 부족이 원자재 가격 상승, 숙련 건설노동자 부족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신규 주택 공급이 단기에 크게 늘어나기도 힘들다. 이 상태에서 매달 400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자금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는데 들어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14%나 상승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부동산 투자 자금을 대주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방식으로 MBS 매입 축소 방안이 나온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에서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1년 반 후부터 물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2년째에 영향이 최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가 안정에 기여해왔던 주거 항목이 이제부터는 부정적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중앙은행은 두 가지 부담이 생길 때마다 금리를 조정해 왔다. 하나는 물가다. 인플레가 발생해 통화가치 안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금리를 올렸다. 또 하나는 자산 버블이다. 2005년 이후 금리 인상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자산가격이 너무 높아 버블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금리를 올렸다.

지금까지 중앙은행의 모든 논의는 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물가가 오르면 긴축을 강화하겠다는 건데 앞으로는 자산가격도 중앙은행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거란 의견과 상승할 거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안정을 얘기하는 쪽에서는 미국의 주택재고가 4.4개월로 일년 전 수준에 다가섰고, 주택가격 중간값이 37만2000달러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사실을 들고 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추가 상승이 어려울 거라 보는 것이다. 반면 가격 상승을 얘기하는 쪽에서는 30년 모기지 고정금리가 다시 2%대에 진입한 사실을 들고 있다. 돈을 빌리는데 부담이 없는 만큼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느냐에 향후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물가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빠르게 내려오기 힘들다. 기저효과가 약해지지만 높은 원자재 가격을 생각하면 높은 물가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작년에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린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여러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경제를 지배하던 기간이었다. 하반기는 그동안 누려왔던 정책의 부정적 영향과 부딪쳐야 한다. 하반기 국내외 경제의 걸림돌로 인플레를 꼽는 게 당연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