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지식공유시대, 대학의 살 길

  • 등록 2021-07-28 오전 6:05:00

    수정 2021-07-28 오전 6:05:00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 교수]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다.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빈부격차의 질인 것 같다. 이전 세대에서는 전화기, TV 등새로운 문물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분에 의해 빈자와 부자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고 많은 가구에서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은 아마도 정보의 공유가 아닐까 한다. 검색사이트에서 키워드로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재벌이든 소시민이든 차별하지 않는다. 검색 기술에 따라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할수도 있다.

대학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2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기반으로 하는 코세라(Coursera)를 구축했고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 대학과 MIT에서는 에드엑스(EdX)를 설립했다. 강의실에서는 수십 명에서 수백명 단위의 교육이 이뤄지지만 개방된 온라인 강좌의 수강생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전에 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대학이라는 상아탑 안에서 지식과 정보를 교육의 형태로 독점하던 시대에 반해 이제는 하버드 대학 등 유수한 대학의 명강좌를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수강하는 무크(MOOC)의 시대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얼핏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자들에 대한 자선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대표적인 교육 플랫폼인 Coursera의 2020년 매출 규모는 무려 2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지식공유 플랫폼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모델임을 입증하는 단서이다.

만일 개인적 관심으로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고 싶다면 책상 앞에서 이러한 지식공유사이트나 심지어 유튜브를 통해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독점적으로 지식을 공급하던 대학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무한 경쟁을 통해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도 강의실 내에서만 공유되어야 할 소중한 교육정보들이 유출되는 것에 실제로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의해 파생되는,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과정임을 인식하고 새로운 틀에 맞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네비게이션 앱이 보편화 되면 모든 사람이 자동차로 원하는 곳을 운전하여 갈 수 있게 되지만 이러한 변화를 특정 택시운전 회사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시운전 회사는 오히려 다양한 고객을 24시간 확보하는 데에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매체가 등장하여 TV채널의 평균 시청률이 저하되는 것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방송국들은 오히려 자체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최근 혹은 과거 프로그램을 재방영하며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한 가정에서 조부모는 신문, 부모는 TV, 자녀들은 유튜브를 보고 있는 현실처럼 교육의 통로도 다양화되고 이들끼리 상호 상승작용 혹은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몇 가지 예견할 수 있다. 첫째는 이제 지식의 전달이 특정 대학의 독점적 분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강좌 전달의 명확함과 효율성에 따라 타 대학과의 경쟁이 유발될 수 있으며 교육에서도 승자독식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 둘째로 폐쇄적 공간을 점유하여 진행되는 대면 교육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강의는 더 이상 반드시 대면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다. 다만 토론이나 상호실습 등 꼭 대면해서 진행해야 할 프로그램이나 교육형태를 개발하여 교육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로 보편타당한 지식을 대중과 공유하는데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이러한 대중교육을 기반으로 원천적인 기능인 지식의 검증, 새로운 주제 연구 및 개발 등 대학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 연구에 기반한 최신 교육 컨텐츠 개발을 통해 교육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이미 학생들은 코로나 유행으로 가속화된 이 같은 온라인 환경으로의 변화에 익숙해져 있다. 이젠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규명하고 연구와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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