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고용노동데이터 전면 개방이 가져올 미래

  • 등록 2022-10-05 오전 6:15:00

    수정 2022-10-05 오전 7:33:54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지난해 어느 민간기업이 뉴스 정보를 기반으로 고용률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노동형태가 변화되는 등 커다란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단기간 고용률 변화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예측은 단순히 과거 값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경제 상황 등 외부 사건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 통계와 외부 사건 정보를 같이 이용하여 예보 모델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공공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므로 아마도 민간에서 창의적인 알고리즘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주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 ‘데이터 활용’ 관련 민간기업, 은행, 고용노동분야 학회 등 전문가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고용부는 ‘데이터 정부’ 구현을 위한 과감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용노동분야 ‘원시 데이터 셋’ 25종과 ‘패널 데이터 셋’ 3종을 포함해 수요자가 요청하면 ‘맞춤형 데이터 셋’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고용보험 가입, 실업급여 수급, 직업훈련 이력, 산업 및 지역별 임금 등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 실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단계적으로 전면 개방된다니 참석자 모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간 정부는 개별 전산망에서 관리하던 데이터를 ‘국가일자리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통합 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온라인 고용서비스 및 행정지원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민간으로의 데이터 개방은 일반화된 통계형식으로 공개하거나, 관리 부서가 승인한 원시 데이터를 제한된 형태로 제공하는 등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금 유럽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선 국가들은 데이터를 산업의 원천으로 삼고 활발히 민간 부분과 협력해 나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일자리 매칭을 하거나 프로파일링까지 하고 있으며 거의 실시간 노동시장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2018년 유럽연합이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65%가 통합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어떤 구직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실업 상태에 놓일 것인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분석 결과에 의한 취업 확률에 따라 구직자를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색깔로 구분해 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직자의 취업 기회를 높일 수 있는 역량기반 매칭시스템을 통해 맞춤형 권고를 제안한다. 이는 어떤 회사가 트럭 운전기사를 채용하려 할 때 이력서에는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과거의 일자리 경력에서 트럭을 운전했던 구직자를 찾아 추천하거나 적합한 직업훈련과정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고용센터 민원창구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의 역할은 달라질 것이다. 가령,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일차적으로 폭넓은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깊은 상담이 필요한 구직자를 위해 심층적 분석과 솔루션 과정에 투입해 ‘고품질 고용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데이터 개방은 정부의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기존처럼 모든 정보 데이터를 보유하고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조성하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에도 더욱 충실해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소통하는 ‘자율형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개방형 혁신’전략을 추진해 모든 회사, 행정기관, 협회 등을 대상으로 데이터 개방, 인큐베이팅 등 활발한 민관협력을 하고 있다.

이번 고용노동데이터의 전면 개방에는 시행에 앞서 여러 정부 부처들과 긴밀한 협업, 개인정보 보안과 데이터 왜곡 방지 등 정교하고 치밀한 준비 작업과 힘든 난제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고 생애 전주기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여 명실상부한 디지털 강국을 선도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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