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신아람, 펜싱이 좋았던 한 소녀의 눈물

  • 등록 2012-07-31 오전 11:14:07

    수정 2012-07-31 오전 11:14:07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아람.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최선 기자]영겁처럼 흘러가지 않던 시간 ‘1초’는 신아람(26.계룡시청)을 울렸다. 하지만 부러진 정의도 그를 영영 주저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포기’는 이미 그의 사전에서 지워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여자 펜싱 에페 국가대표 신아람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을 만나 연장 끝에 패했다. 5-5로 비긴 정규라운드는 연장전으로 이어졌지만 마지막 1초가 흐르지 않는 오심 속에 패했다.

제소장을 제출한 그는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는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뒤, 결국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아람은 곧바로 3,4위전에 나가야 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힘겨웠겠지만 그는 끝까지 넘어지지 않았다.

1986년생인 신아람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펜싱 칼을 잡았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탓에 펜싱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몇 달 만에 그만뒀다. 하지만 이윽고 칼을 다시 잡았다. 검을 잡을 때 나타나는 또다른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그저 그런 선수였다. 변변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타고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참 뒤졌다. 하지만 그는 그저 펜싱이 좋았다.

무엇이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고민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나이. 하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한 길만 갔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즐기며 흘리는 땀은 고통이 덜 했다. 그 보다 훨씬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 펜싱을 떠날 때도 그는 끝까지 칼을 쥐었다. 그리고 조금씩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유소년 대표에 발탁된 그는 2003년 처음 나간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스무 한 살이 되던 2006년 전국체육대회 펜싱 개인전에서 금메달, 태극마크를 달고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그의 인생 첫 번째 올림픽이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1장이 배정된 출전권을 따내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그때도 포기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체화된 그만의 근성이었다.

재작년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 펜싱 여자 단체전 에페 부문 동메달을 땄고, 지난해에는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에서 단체 금메달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물 여섯 나이에도 좌절하지 않고 이번 대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았다.

마지막 대회라는 생각으로 나선 런던올림픽. 믿을 수 없는 일로 끝내 그는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그는 국민들의 가슴 속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가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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