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션열풍②] 예쁜 카페·독특한 책…핫플 '큐레이션 서점'

성북동 '부쿠'…손으로 적은 책갈피 인기
역삼동 '최인아 책방'…지인 추천책 진열
고양이서점 '슈뢰딩거'·시전문 '위트앤시니컬' 등
"식물서점 등 독특한 콘셉트 책방도 생겨나"
  • 등록 2018-07-13 오전 6:25:49

    수정 2018-07-13 오전 9:52:26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큐레이션 서점 ‘부쿠’. 4명의 큐레이터가 일일이 손글씨로 써넣은 독특한 책갈피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사진=이윤정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18년 8월 책 처방 프로그램 예약이 마감됐습니다. 9월 예약은 8월 1일 정오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사적인 서점’의 다음 달 책처방 서비스는 일찌감치 온라인 예약이 끝났다. 일대일로 고객과 만나 맞춤책을 추천하다보니 한달에 만날 수 있는 인원은 30~40명. 항상 예약이 빨리 차서 두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책처방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10월 문을 연 이후 550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는 “전체 방문객의 10% 가량이 재방문을 하는 고객”이라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후 개인에게 맞는 책을 추천하는데 지금까지 불만족스러운 피드백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북동 ‘부쿠’…손으로 적은 ‘책갈피’ 인기

지난 6일 찾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큐레이션 서점 ‘부쿠(BUKU)’.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부쿠는 책마다 꽂아놓은 독특한 글귀와 예쁜 카페 같은 서점으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심모 씨는 “인터넷 상에서 ‘핫’하다고 해서 시간을 내서 찾아와 봤다”며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건물이 예쁘고 무엇보다 깔끔한 큐레이션이 마음에 든다.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부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0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한 ‘책 읽어주는 남자’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서점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평일에는 100~150명이 방문을 하고, 주말에는 300명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

서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4명의 북큐레이터다. 에세이·소설·인문학·경제경영 등 분야를 나눠 책마다 자신들의 감상평을 적어놓았다. 일명 ‘부쿠픽(pick)’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북큐레이터인 나영란 디렉터는 “책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코멘트를 써놨다. 신문의 헤드라인이라고 보면 된다”며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보니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다며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작고 가벼운 소설책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30대의 젊은 엄마들에게는 ‘엄마는 페미니스트’(민음사)나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어크로스) 등의 도서가 인기가 좋다. 나 디렉터는 “나이대별로 관심 분야가 다르다”며 “특정 주제가 있는 ‘매거진B’도 잘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인들의 추천책으로 꾸민 ‘최인아 책방’(사진=최인아 책방).


△강남 한복판에 연 ‘최인아 책방’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최인아 책방’도 떠오르는 명소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한 최인아 대표와 정치헌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빨간 벽돌 건물 4층에 자리한 서점에는 최 대표가 직접 고른 책과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1600권 등 총 6000여 권의 책이 마련돼 있다.

독특한 점은 소설·역사·예술 등 일반적인 분류와 달리 ‘무겁지 않지만 읽을거리가 될 책’ ‘이렇게 살아보자! 새로운 인생 스타일의 제안’ 등의 문장과 함께 책을 진열한 것이다. 정치헌 대표는 “북큐레이션의 출발은 지인부터 시작했는데 단골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각자 인생의 책을 추천해줬다”며 “고객들이 추천글귀를 보고 옆집에 사는 사람이 쓴 것 같아서 애착이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인아 책방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책들이 많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시공주니어), ‘선생님의 가방’(세미콜론) 등 다른 곳에선 보기 어려운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 대표는 “지인들이 추천한 책들이라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놓았다”며 “쉽게 보기 어려운 책이다보니 많은 분이 구매해 가신다”고 했다.

신간 도서 중 직접 한 권을 골라 멤버들 집에 배송하는 ‘북클럽 서비스’도 올 1월부터 시작했다. 유료 서비스임에도 론칭 4개월 만에 멤버 수 400명을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매월 주제를 정해 연사 초청 강연과 클래식 콘서트도 열고 있다. 정 대표는 “책과 관련된 시리즈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음악회를 열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대형 서점과는 다른 우리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큐레이션 서점 현황(그래픽=이미나 기자).


△고양이서적·추리소설만…독특한 서점들

북큐레이션이 인기를 모으면서 기존 책방이 리모델링하거나 큐레이션을 표방한 서점이 점차 늘고 있다.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가 직접 운영하며 책마다 메모를 적어놓은 ‘당인리책발전소’와 지난달 한남동에 오픈한 ‘스틸북스’가 젊은층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장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곳도 눈길을 끈다. 유희경 시인이 차린 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을 비롯해 홍대 책방 ‘땡스북스’는 현직 디자이너인 책방 주인이 직접 만든 출판물을 파는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고양이 책방으로 알려진 ‘슈뢰딩거’에서는 고양이 관련 서적 판매는 물론 고양이 사진 잘 찍기·고양이 그림 그리기 등 세미나도 연다.

이외에도 재테크 전문 서점 ‘북앤빈’, 재즈가 흘러나오는 음악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독서모임 전문 서점 ‘북티크’,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 ‘베란다북스’ 등이 있다.

남창호 퍼니플랜 대표는 “최근에는 페미니즘 서적만 취급하는 동네 책방도 많이 생겨났다”며 “‘식물이 있는 서점’ 등 독특한 콘셉트의 책방이 생겨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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