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제貨 중요성 설파한 진옥동 신한은행장

  • 등록 2019-04-10 오전 6:00:00

    수정 2019-04-1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린다. 1990년 초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만큼 이제 30년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성장률은 불과 0.8%였다.

이런 와중에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일 때마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일본 경제가 불안하면 엔화를 팔아야 상식적이지 않냐는 거다. 그 이유는 여럿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일본이 가진 자산이 많다는 점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328조4470억엔(약 3374조원). 단연 세계 1위다. 과거 산업계를 호령하던 시절, 소니 워크맨과 도요타 캠리 등을 팔아 투자하고 빌려준 돈이다. 한국의 대외순자산은 얼추 일본의 10분의1이다. 일본이 ‘넘사벽’ 선진국인 이유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만큼 일본을 잘 아는 인사가 있을까. 그는 은행원 생활 38년 중 18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그런 진 행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며 설파한 국제화(貨)의 중요성은 한 번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20여년 전 오사카지점 차장으로 근무할 때를 떠올리며 “외환위기가 오니 달러화나 엔화로 바꿀 수 있는 건 다 팔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순식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해 버린 탓이다. 그는 “너무 아픈 기억”이라고도 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일본 SBJ은행(25%), 중국 신한은행유한공사(17%), 미국 아메리카신한은행(5%) 등 국외점포 자산 중 선진국 비중이 다수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환금성이 높은 기축통화를 손쉽게 조달하는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신흥국의 경우 신한베트남은행(13%)을 빼면 이렇다 할 곳이 없다.

‘장사꾼’ 은행장의 지적은 정부가 미적거리는 원화 국제화에도 울림을 준다. 은행이 다음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국제통화를 얼마나 잘 조달하는지 여부여서다. 요즘처럼 경제가 하수상할 때 원화의 국제화는 더 절실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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