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행 공사 낙찰 난맥상 드러낸 조달청

  • 등록 2019-06-19 오전 6:00:00

    수정 2019-06-19 오전 6:00:00

통합별관을 짓느라 3년째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앉아서 수백억원의 헛돈을 날리게 생겼다. 공사 위탁을 맡은 조달청의 시공사 낙찰 부실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해 착공해 내년 하반기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소한 2년 이상 입주가 미뤄지게 됐다. 한 달 월세가 자그마치 13억원으로, 조달청의 미흡한 업무처리로 300억~4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조달청이 2017년 시행사 선정 당시 공사예정가(2829억원)보다 3억원을 초과한 계룡건설을 낙찰자로 선정한 것부터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위 삼성물산과 589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계룡건설의 기술점수가 월등 높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입찰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공익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입찰이 부적절했다고 발표한 것은 6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 절감을 외면했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후속조치도 꼬이고 있다는 점이다. 조달청은 최근 공공사업 입·낙찰 진행에서 1순위 입찰이 무효인 경우 차순위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일반원칙을 무시하고 입찰 무효를 결정했다. 처음부터 입찰을 새로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이 기획재정부의 ‘차순위자 낙찰’ 예규를 근거로 조달청을 상대로 ‘낙찰자 지위확인’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이유다. 계룡건설도 입찰 무효에 반발하며 낙찰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부실 행정이 법정 분쟁을 부른 꼴이다.

이같은 행태가 한국은행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달청의 입찰업무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조성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최근 입찰이 모두 무효화됐다고 한다. 공사 차질로 손실을 보게 된 한국은행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정부 조달기관의 본분은 전문·투명·공정성을 확보해 예산 절감에 기여하는 것이다. 당연한 책무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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