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본부장은 ‘봉준호식 혁신’에 대해 “투자자는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왜 성과가 없냐는 식의 타박부터 앞세우지 않고 일단 믿고 투자해 줬고 봉 감독은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영화 제작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하고 실행했다”며 “단지 영화제작 생산성 제고에 그친 것이 아니라 결국 역사에 남을 만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또 성과 대신 예산이나 기관장 연봉 등에 직결되는 사업과 조직에 대한 평가에 집착하는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년도 회계주의 때문에 매년 평가를 해야하고 어떤 식으로든 평가 지표를 설정해 순위 또는 등급을 매긴다”며 “하지만 R&D는 투입과 성과 사이의 시간 격차도 있고 일출 효과와 같이 측정하기 어려운 외부성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어 황 본부장은 “연구자 집단에 통 크게 책임을 위임함으로써 자율성을 부여하고 상당 기간 소신껏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신뢰를 전제로 R&D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통계적이고 집합적으로 성과를 평가·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창의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연구 지원을 통해 인터넷, 스텔스, 위성항법장치(GPS) 등 사회변화를 이끄는 혁신적 성과들을 창출한 미국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방위고등연구계획국)와 같은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 본부장은 “선진국에 다다른 한국도 일정 부분은 DARPA 같은 도전적·모험적 연구를 추진할 때가 됐다”며 “최근 미중 기술 냉전이나 일본 무역 규제 등 급격한 상황 전개를 감안할 때 ‘전략적 기술 자산’ 축적에 이 같은 도전적·모험적 연구 자원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