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블록체인, 4차산업혁명 뿌리될 것"

'블록체인 혁신 강조'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
데이터 비롯 보이지 않던 가치의 글로벌 유동화 촉진
디지털 자산거래 제도화 돼야 금융권 삼성전자 나온다
美·中 등 속도…'제조업 대국' 독일 수준은 따라가야
  • 등록 2020-04-06 오전 5:00:00

    수정 2020-04-06 오전 5:0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디지털 자산을 제도화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특금법) 통과 이후 블록체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같은 정보를 여러 위치에 분산하는 플랫폼이다. 즉, 다수의 보증인을 만들어 위변조를 막는 기술이다. 국내에선 일부 ‘암호화폐’회사들의 일탈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였지만, 블록체인은 원래 투명성을 자랑한다.

최근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블록체인 혁신에 화두를 던진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컴퓨터학과 교수)을 지난달 3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만났다. 인호 소장은 “블록체인이 디지털 자산혁명과 데이터 주권 시대를 열 것”이라며, 조속한 규제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그동안 쉽게 유동화가 되기 어려웠던 자산들의 글로벌 유동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세계 자산의 새로운 룰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데이터 주권이 개인에게 귀속되며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AI) 발전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
다음은 인호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왜 블록체인이 중요한가?

△블록체인은 ‘신뢰 머신’이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은 쉬운 정보 공유를 통해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지만 신뢰 문제를 안고 있다. 돈을 송금하는 걸 생각해보자. 송금은 실제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돈의 이전 효과를 거래장부에 기록하는 것이다. 거래장부를 은행 중앙 서버에 넣고 꽁꽁 지키는 시스템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그 거래장부를 여러 컴퓨터에다가 똑같이 복사해놓는 방식이다. 서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이를 조작하려면 연결된 전체 컴퓨터 중 51%를 다 바꿔야 하는 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터넷이 가지지 못한 신뢰성을 담보하는 구조다.

이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블록체인은 가치의 혁명이자 디지털 자산혁명을 만든다. 달러나 원화 등 현재의 화폐는 정부가 보증을 해줘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내재가치가 없다. 반면 블록체인에 바탕을 둔 디지털 자산은 서로 믿고 보증한다. 예를 들어 금 1g을 고정하고, 여기 해당하는 소유권을 토큰으로 발행한다. 토큰을 받으면 금 1g을 주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부동산이나 석유 등 여러 가지 자산의 실제 가치를 담보로 해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토큰발행)다. 전체 고정된 가치를 담보로 한 토큰을 소유함으로써 일부에 한해서만 소유가 가능하다. 이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와 비슷하다. 다만 리츠는 관리 비용이 매우 비싸고, 위변조를 막기도 어렵다. 반면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선 거래가 매우 쉽다.

-유동화는 어떤 식으로 확대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금융 직거래 플랫폼을 만든다. 기존 금융시스템이 B2B(기업 간 거래)나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등 항상 B(기업)가 포함됐지만, 블록체인은 C2C(개인 간 거래)여서 B가 필요 없다. 은행 없는 은행서비스, 거래소 없는 증권거래가 가능하다. 이 같은 거래엔 금, 은, 부동산 같은 보이는 자산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데이터 등 보이지 않는 가치도 포함된다. 이런 것들을 토큰화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동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블록체인으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려면 그 가치를 평가할 회사가 있어야 한다. 즉, 자산 가치의 최초 토큰 가격을 평가하는 신탁회사가 필요한 것이다. 평가를 바탕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회사가 있어야 한다. 이어 발행된 토큰을 사고팔 거래소가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 각각에 대한 라이선스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제도화가 이뤄져야 디지털 자산혁명을 우리가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블록체인의 걸음마 단계인 특금법 개정안을 겨우 통과시켰다. 이 역시도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G20 요구에 의해 끌려가다시피 한 입장이었다.

-블록체인을 둘러싼 글로벌 움직임은 어떠한가?

△디지털 화폐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중국 텐센트가 지난해 홍콩에 ‘퓨전뱅크’라고 하는 블록체인 기반 인터넷은행을 설립했다. 은행 라이선스와 크립토(가상자산) 라이선스를 받았다. 금을 고정해 ‘인피니트’라는 토큰을 발행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준비하고 있다. 페북 이용자는 25억명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달러 패권이 도전받는다. 페북 리브라를 못하게 하더라도 중국이 나선다. 중국이 디지털 자산을 주도하면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 미국 정부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밖에도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는 제도화가 다 됐다. 최근엔 독일과 프랑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소한 ‘제조업 국가’인 독일만큼은 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나라는 디지털 자산 거래량으로 글로벌 3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금융에 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이 뒤처져있는 듯하다. 지금 인터넷은행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크립토 라이선스를 줘서, 홍콩의 퓨전뱅크처럼 글로벌로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인 만큼 기본적으로 뭐든 빠르다. 디지털 자산 거래를 위한 제도만 셋업이 됐다면, 금융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디지털 뱅크가 일찌감치 나왔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블록체인 제도화에 속도만 내면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나 중국 디지털 자산이 손쉽게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자칫 원화는 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더라도 극히 일부만 쓰는 돈이 될 수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국내 다수 블록체인 플랫폼이 이미 출시돼 있다.

△디지털 자산혁명의 방향으로 가고 있지 있다. 토큰을 발행하지 않고 증빙이나 위변조 검사하는 정도로 쓰이고 있다. 블록체인이 중요한 보안 플랫폼이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파괴력이 적다.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는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기업들도 규제가 풀려 제도화가 되길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시장이 2030년엔 2200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조사 결과도 있었다. 기업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평소 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블록체인 중요성도 강조하셨다.

△그렇다. 디지털 자산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4차산업혁명을 나무에 비유해보자. 지능형 드론, 미래자동차 등은 열매가 되고, 그 줄기가 바로 AI다. 그런데 AI엔 양질의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똑똑한 AI를 만든다. 일상의 모든 것이 데이터를 생성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선 보안 우려 때문에 개인정보를 이용자가 관리하지 못한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경우를 보자. 이용자의 데이터를 공짜로 이용하며 연간 수십조 원씩 번다. 그런데 이용자 입장에선 자기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지 못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개인이 데이터 주권을 갖게 돼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활용 계약도 가능하다. 개인이 기업과 데이터 활용 계약을 맺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듯이, 데이터를 맡겨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 점에서 블록체인은 4차산업혁명의 뿌리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데이터 활용 더 활성화되면 AI도 더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질 좋은 의료정보를 활용하면 AI 의사가 되고, 질 좋은 금융정보가 주어지면 AI 어드바이저가 된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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