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K프리미엄' 시대 열자

  • 등록 2020-05-07 오전 5:00:00

    수정 2020-05-07 오전 5:00:00

한국의 프리미엄 제품·브랜드가 세계인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사진은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제품 부문 금상을 받은 삼성전자 비스포크.(사진=이데일리DB)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폭망이다. 소비절벽에 상점은 생사지간에 문을 닫고 유튜브에는 폐업 동영상이 넘쳐난다. 1997년 외환위기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C넬, H메스는 아직도 순항 중이다. 집단감염의 공포도, 일자리 증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수입 감소의 염려도 비껴 간다. 왜?

바야흐로 프리미엄의 시대다. 집도, 차도, 옷도, 가전제품도, 먹거리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달면 없어서 못 파는 세상이 열렸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엔 값싸고 튼튼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젠 감성과 자부심까지 충족시켜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기능상의 편의는 기본이고 심리적 만족과 상징적 편익까지 염두에 둔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서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속속 만들어 내는 현상은 이미 보편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 가전제품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가 각각 비스포크와 시그니처를 출시했고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차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에 주목하며 특히 한국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승부처로 꼽고 있다. 시장의 규모 자체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제품에 대한 빠른 수용, 그리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새로운 제품의 테스트 베드로 삼기에 좋은 조건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화 시대와 달리 가격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젊은 세대의 소비성향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단적 수출지향형의 경제구조를 감안 하면 프리미엄 제품의 시대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내수시장만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우리 경제는 좋든 싫든 다른 나라에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팔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DNA ‘폼 나고 엣지있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오히려 좋은 것들을 먹어보거나, 써본 사람들이 새로운 창조의 결실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다른 저렴하고 실용적인 스마트폰이 많음에도 하이엔드 폰을 유달리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은 갤럭시를 압도적으로 선택했고 이러한 전폭적 지지에 힘입은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생산업체가 되었다.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가져온 경제적 순기능의 한 예다.

연 초 전해진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4관왕 소식은 프리미엄 제품의 외연이 드디어 문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음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감독이 한국어로, 한국에서, 한국적 맥락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유럽을 제패한데 이어 오스카 트로피 네 개를 거머쥐며 문화산업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석권한 것이다. 이는 이제 우리가 만들어낸 문화 콘텐츠가 더 이상 미국, 일본을 따라 하는 아류가 아니라 세계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생충’의 성공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00년대 이후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단 공산품이 최고의 품질과 빼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에게 신뢰와 만족을 선사했다면 2010년대 이후에는 ‘K컬처’가 오감을 자극하는 신선한 콘텐츠로 세계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봉준호와 ‘기생충’은 한국적 콘텐츠가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에 이어 우리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이다. 소니를 따라가기 바쁘던 삼성이 소니를 넘어섰듯, 방탄소년단과 봉준호로 상징되는 프리미엄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훌쩍 뛰어든 것이다.

산업구조화의 고도화와 프리미엄 제품 시장의 성장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가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과 암이 분명하다. ‘기생충’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심화하는 양극화의 한 단면을 ‘냄새’라는 코드로 풀어내 세계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프리미엄’은 새로운 일자리의 블루오션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전과 다른 상당한 변화가 예측된다고 한다. 이때다.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때 프리미엄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극복해 코로나 이후에도 팔리는 상품과 서비스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활로이며 숙제이다.

국가 차원에서 프리미엄 제품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육성한다면 국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패션, 문화 등을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전이나 소비상품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문화와 패션, 미용 영역에 대한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더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계획적으로 고급화 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AI) 혁명과 코로나 위기로 청년세대는 일자리 상실과 함께 미래에 대한 방향성마저 흔들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곤궁의 시대를 거쳐 양적 성장 시대의 끝머리에 선 지금, 다음 세대의 활로는 어디일까.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좋고, 멋지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우리의 청년세대에게는 오히려 무한적 프리미엄의 블루오션이 열려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열어가고 순항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정책적 동인인 ‘일등국가, 일류 제품의 대한민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우리 제품과 문화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프리미엄 산업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음 세대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첩경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판 뉴딜’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바로 이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목적과 방향이 맞는다면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성공을 담보하는 높은 실현 가능성과 파급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프리미엄 브랜드가, 힘이,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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