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 더 좋은 쥐덫의 오류

  • 등록 2020-06-25 오전 5:00:00

    수정 2020-06-25 오전 5:00:00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다소 과한 표현일 수 있으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다.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이고,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대화는 정치, 교육을 시작으로 결국에는 부동산 이
야기로 마무리된다. 부동산은 어떻게 우리 모든 것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실제 부동산은 한국인의 삶에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순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75%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35%, 일본의 43%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다. 본인 자산의 75%를 차지하는 항목이니 가장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로부터 내려온 토지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분석은 너무 추상적이라고 본다. 현실적으로는 부동산이 모든 투자 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다는 확신 때문이다. 고도성장기에 부동산은 실제 엄청난 가격상승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겼다.

1978년 한보주택이 28개동 4424가구의 대단지 은마아파트를 강남에 분양했다. 당시 99㎡(30평)형 분양가는 약 2000만원, 평당 68만원이었다. 어림잡아도 지금까지 100배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 1978년 라면 한 봉지가 50원 정도였고 현재 약 20~30배정도 올랐으니 강남 아파트는 수익률 측면에서는 훌륭한 투자였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고도성장의 산업화 사회에서는 급격한 도시화로 도시 주택 가격의 상승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인구증가가 둔화하고 도시 성장이 정체된 현재에는 무슨 이유로 자고 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까.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다. 주식 투자는 하지 않아도 부동산 투자는 전 국민이 한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는 구별되어야 한다. 투자는 개인이 주택 또는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면서 살다가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아파트에 투기세력의 손이 너무 많이 미친다. 한국의 아파트는 규격화, 대단지화 되어 있어서 손쉽게 투기의 대상이 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실제 물건을 보지 않고 고가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이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들과 틈새를 노리는 투기꾼들, 자산의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 간에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거대한 투기장이 되어 버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왜 규제 정책을 계속 내는데 가격은 점점 오르는 것일까.

최근 정부는 스물한 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스물한번이나 부동산 안정정책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시중에서는 이 정책이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에 의문을 표한다. 그동안 그 많은 정책을 내고도 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까. 과연 정책의 목표는 제대로 설정된 것인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뚜렷한 정책적인 방향이 있다기보다는 마치 투기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인다.

수단이 목적이 될 때 우리는 오류에 빠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오류는 더 좋은 쥐덫의 오류이다. 이 오류에 한번 빠진 기업들은 확실히 파멸을 향해 달리게 된다.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동산 정책도 더 나은 쥐덫이 되는 건 아닐까 심히 염려된다.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는 앤드류 하가돈(Andrew Hargadon)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업의 제품 중심적 사고를 설명한 내용이다. 미국의 쥐덫 제조회사인 울워스(Woolworths)는 구식의 나무 쥐덫을 개량해 신형 쥐덫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혁신적인 쥐덫은 플라스틱으로 제조되어 외관이 예뻤고, 나무로 만든 쥐덫보다 위생적이었다. 가격도 적당했다. 초기에 신형 쥐덫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러나 소비자는 한번 구매하면 다시 구매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무로 만든 구형 쥐덫은 잡힌 쥐와 함께 버리는 소모품이었다. 그런데 신형 쥐덫은 잡힌 쥐와 함께 버리기에는 아깝고, 쥐덫에 잡힌 쥐를 분리하고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소비자들은 징그럽고 불쾌한 과정을 경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소비자들은 다시 예전처럼 나무 쥐덫을 사용했고 쥐가 잡히면 버렸다. 신형 쥐덫은 본래의 기능에 너무 많은 덧칠이 이루어져 본질이 흐려졌다. 소비자들은 더 멋진 쥐덫을 원하는 게 아니라 쥐를 잡고 싶은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해결해주길 원하지, 어떤 첨단의 복잡한 기술이 구현되었는가는 관심이 없다.

국민들은 새롭고 복잡한 정책적 기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투기꾼들과 이전 투구하는 모습은 외면 받게 될 것이고, 투기꾼들은 지속적으로 정책의 틈새를 파고 들 것이다.

정부정책 입안자들이 투기수요자들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전문가의 오만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개발자의 오류와 같은 현상이다.

정책자들이 틈새를 노리는 투기꾼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한가지이다. 경제학에서 모든 것이 흔들려도 변치 않는 불변의 법칙에 기대어야 한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아니면 수요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간단히 둘 중의 하나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시장을 따르기 위해서 재화의 목적성을 재확인해야 해야 한다. 주거의 목적과 수익의 목적을 분명히 구별해 세제를 개편하면 된다. 기대 수익이 없으면 투기꾼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헌법에 국민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국가는 주택 개발정책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누구나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은 한 채만 있으면 된다는 본질이다. 1가구 1주택을 제외하고, 투자용 주거부동산은 누진적 보유세를 채택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복잡한 스물한 번의 대책보다는 단순한 한 줄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주택보급률은 서울 95.9%, 인천 101.2%, 경기도 101%이다. 절대적인 집의 숫자가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주택이 주거의 수단인지 투자의 수단인지만 분명히 정의하면 된다. 어떤 사안에 항상 예외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본질에 관심이 없거나 속이려 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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