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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식의 심장토크]침묵의 살인자 고혈압과 고지혈증... 증상없어도 약먹어야

약복용은 동맥경화증 발생을 원인 단계부터 막아야 하기때문에 먹어야
  • 등록 2020-09-20 오전 8:56:37

    수정 2020-09-20 오전 8:56:37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의사= 환자분, 혈압이 상당히 높으시네요. 혈압 높은 것을 안지도 벌써 1년이 넘으셨는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지난 1년 간 노력하셨는데도 아직 이 정도 혈압이면 약을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환자= 선생님, 고혈압약 꼭 먹어야 하나요? 지금 불편한 것도 하나도 없는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고혈압 약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되니 가능하면 먹지 말고 버티는 것이 좋다고 그러던 데요. 저희 아버지도 혈압 높으신데 약 안 드시고도 아무 문제 없으셔요. 안 먹으면 안될까요.

박진식 세종병원 그룹 이사장
진료실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다. 증상도 없고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평생 약을 먹는 환자가 된다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별 증상이 없지만 일생 동안 투약을 해야 하는 대표적인 병들이다. 증상도 없는데, 아프지도 않은데 왜 치료해야 할까. 또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던 데 투약 시기를 가능한 늦추는 게 좋지 않을까.

흔히 병이라고 하는 상태와 건강하다고 상태 간에 분명한 경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상은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심장병인 협심증이라는 병도 운동 시 흉통이 발생하는 환자에서 관상동맥이 50%이상 막혀 있는 경우 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붙이고 치료를 한다. 그런데, 30% 막힌 상태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49%라면? 협심증의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아주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하는 과정이다. 심지어 동맥경화증의 초기에는 동맥벽에 손상이 생기고 그 틈에 기름이 쌓여 있어도, 현대 의학으로는 발견할 수 가 없다. 다시 말하면 병원에서 하는 검사로 완전히 정상으로 보이는 혈관이라 할 지라도, 실제로는 동맥경화증이 진행 중인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동맥경화증이 생기게 되는 원인 단계부터 막는 것이다. 그 원인이 되는 병들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흡연(최근에는 흡연도 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같은 것들이다. 이 병들은 그 자체로는 별 증상이 없지만, 모르는 틈에 천천히 혈관을 손상 시켜서 막히게도 하고, 더 나쁜 경우에 터지게도 만든다.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가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대동맥박리라 불리는 치명적인 질환들이다. 그중에서도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런 살인자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이런 병들을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

그럼 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일까. 언제부터 약을 먹어야 할까. 폐렴이나 담석증 같은 병은 발생 원인이 분명하고, 그 원인이 제거되면 병이 없어진다. 그래서 치료가 끝나면 투약도 끝난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은 발생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원인을 모르니 원인을 제거할 수 없고,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니 원인이 계속 남아 있고, 원인이 계속 남아 있으니 복약을 중지하면 다시 복약 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약을 먹었기 때문에 몸에 내성이 생겨서, 약을 끊었을 때 다시 혈압이 오르고, 혈중 지질 농도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하루라도 늦게 복약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것이 좋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혈압은 압력으로 혈관을 손상 시키고, 고지혈증은 혈관 내에 기름이 쌓이게 해서 혈관이 좁아지게 만드는데, 이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일어 나는 것이 아니고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상태, 지질 농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시간만큼 혈관 손상이 진행된다. 하루를 늦추면 하루만큼, 한 달을 늦추면 한 달만큼 혈관 손상이 진행하기 때문에 복약 시작을 늦추는 것은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과 더불어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인 당뇨병, 비만, 흡연 등의 위험인자들은 조기부터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큰 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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