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방통행' 여야 대표의 파격 합의 '해프닝'

  • 등록 2021-07-14 오전 6:00:00

    수정 2021-07-14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12일 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첫 회동의 결과물은 ‘파격’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 다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두고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두고 여야가 계속해서 격론을 벌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야 대표가 첫 만남에서 전 국민 지급을 결정한 것은 파격적인 협치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합의는 100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야당 내부에서 “합의가 안된 얘기”라며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 대표는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내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귤 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 만에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됐다”고 조롱섞인 비판을 했다. 야당에서도 “‘전 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했다”며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가 조롱과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 내부에서도 아직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여당 대표와 단 한 번의 만남 만에 결정을 내렸고, 이를 발표해 버렸기 때문이다. “내부 철학의 붕괴”라는 말은 교통정리가 안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송 대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 대권 주자 중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일부만 전 국민 지급을 찬성하고 있을 뿐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총리 등은 실효성 있는 재난지원금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난색을 표했다. 파격적으로 밝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가 당 내부 조율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협의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었다는 방증이다.

당 대표는 당원 및 지지하는 사람 모두를 대표하는 자리다. 내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더(Leader)가 아닌 따르는 이 없는 따릉이 타는 라이더(Rider)일 뿐”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내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이제 첫 회동이었을 뿐이다. 앞으로는 구성원들과 소통이 원활한 품격있는 당 대표 간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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