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탄소국경세, 결코 길지 않은 유예기간

  • 등록 2021-07-20 오전 6:00:00

    수정 2021-07-20 오전 6: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탄소 얘기가 나오면 한국 뒤에 따라붙는 오명이 있다. 듣기에도 썩 아름답지 않은 ‘기후악당’이라는 단어다. 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인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 사회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 목표마저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외 연구 기관이나 언론들은 이처럼 우리를 비난해왔다.

이 때문에 최근 유럽연합(EU)이 꺼내 든 탄소국경조정제도(CBMA), 일명 ‘탄소국경세’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은 1위인 우리나라의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됐던 일임에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위기를 고스란히 맞게 됐기 때문이다.

CBMA는 탄소배출량이 EU 내 규정 기준보다 많으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다. 세금은 아니지만 일종의 관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 탄소국경세라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국내 탄소 배출의 17%를 차지하는 철강업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회계법인 EY한영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철강업계는 EU 수출액의 약 12%를 탄소국경세로 부담해야 할 정도다.

철강 업계는 그동안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해왔으나 EU의 탄소국경세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적극적 나서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철강, 알루미늄 등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 세제를 감면해주거나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등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등을 내세운 외교적 대응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우선 2023년부터 2025년까지를 시범 기간으로 두고 탄소배출량을 신고하도록 하고 2026년부터는 탄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계획인 만큼 그 사이 외교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반응을 두고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EU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국경세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이미 ‘녹색 무역장벽’, ‘친환경 무역장벽’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늬만 감축’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내 ETS를 내세워 EU와 협상을 하거나 탄소국경세를 줄이는 것은 단기적인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할 일은 탄소국경세 유예기간 중 EU와 협상을 잘 끝내거나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선제적으로 기후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탄소 중립 등 기후 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연속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악당의 오명을 쓰고도 탄소국경세라는 청구서를 받아드는 이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한다.

산업부,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영향 긴급 점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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