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 서울에서만 가능한가

  • 등록 2023-03-27 오전 6:20:00

    수정 2023-03-27 오전 8:20:06

[신상훈 前 신한금융지주 대표] 세계 1위 금융허브 뉴욕에 위치한 많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탈뉴욕’을 선언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는 월가에 거점을 둬야 한다’는 인식이 견고했으나 기술의 발달과 근무방식 유연화라는 시대적 흐름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확산된 비대면 근무시스템과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원격업무가 자리 잡으면서 월가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산운용그룹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50년 넘게 뉴욕에 있던 본사를 테네시주 내슈빌로 옮겼고,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핵심 조직인 자산운용사업부의 플로리다 이전을 추진 중이다. 미국 최대 금융기업들이 지방 도시로 이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해 인력 이탈과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 내용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중소도시 전주가 금융도시 조성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 자본시장의 거대 투자자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기금을 투자받으려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전주 방문이 이어지고, 이 가운데 BNY멜론, SSBT 등이 전주에서 직접 업무를 시작하면서 전라북도의 금융중심지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의 핵심인프라인 글로벌기금관을 2021년 준공해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전북도 역시 2026년 완공 목표로 전북금융센터를 건립 중이서 전북혁신도시가 글로벌 자산운용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문화·체육시설 등 이주직원의 여가 및 편의를 위한 시설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전북혁신도시는 국토부로부터 3년 연속 우수 혁신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전북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유치하겠다”는 포부와 윤석열 대통령의 연기금 특화 금융도시 육성 약속으로 도민들의 희망과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다수의 금융전문가도 저출산 고령화로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전북도가 제시하고 있는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모델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팎으로 전북 금융도시 조성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에 대한 대통령의 대책 마련 지시가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수익률이 하락한 것처럼 연결 지어 다시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사실을 확인해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북혁신도시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17년 전북 이전 후 수년간 10% 내외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고, 2019년에는 11.4%라는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을 운용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 제기하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다. 현재 기금운용본부 이직률은 8%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17%보다 훨씬 낮다. 기금운용직 이직이 업계 평균보다도 낮고 전북으로 옮기기 전에도 나타나던 현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운용 수익률과 기금운용 소재지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보는 것이 명확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올 하반기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할 것을 공식화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회귀가 아니라 한국투자공사 등과 같은 공공 부문의 금융기관·투자자를 전라북도에 집적화하여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다면 그 불이익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더 이상 전라북도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기금운용본부 흔들기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벌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국가와 국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효율성 제고에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인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전북이 제시한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모델을 통해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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