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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복병이 등장했다. 연기대상 후보에도 올라있지 않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 출연 중인 배우 김현주다. 회를 거듭할수록,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연기대상이 개최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시급해진다. ‘어마무시’한 김현주의 활약에 시청자는 ‘김현주 대상 후보 등록 탄원서’까지 내겠다고 한다.
‘애인있어요’는 막장드라마로 첫인상을 남겼다.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때문이었다. 불륜, 이혼, 독사 같은 대사가 버무려졌다. 그 인상을 바꾸고, 드라마에 몰입을 높인 주역이 김현주다. 정 반대의 인물, 도해강과 독고용기를 연기해 1인2역이라고 알려졌지만 시청자는 1인4역이라고 한다. 원래 도해강, 기억을 모두 잃었던 도해강, 기억의 일부를 찾고 복수를 다짐한 도해강, 자신의 모든 과오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보기 위해 눈물로 도움을 호소한 도해강까지. 도해강이라는 캐릭터 자체에만 무려 4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애인있어요’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2박3일은 걸린다’는 시청자의 말따라 복잡함 속에 치말한 전개를 보여줬다. 1라운드에선 흔히 보던 막장드라마 같았다. 독사가 된 아내와 그런 아내가 싫어지는 남편.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딸의 죽음. 집안의 기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때 남편에겐 10년의 지고지순함으로 무장한 어린 내연녀가 나타난다. 아내가 싫어서였건, 그 여자가 좋아서였건, 남편은 아버지를 찾아가 무릎을 꿇면서까지 “저 사람 좀 내 앞에서 애원했다. 끝까지 이혼만큼은 막아보자, 집안을 다시 세워보자 노력했던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스스로 ‘쓰레기’가 되길 자처했다. 쓰레기통으로 제 발로 걸어간 아내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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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기였다.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반성의 시간, 참회의 기회를 잡았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를 알게 됐고, 이제라도 잘 살아보기 위해 지켜야 할 것, 사람,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로 호소했다. 쌍둥이 동생을 지키고,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고, 남편과 제대로 헤어질 수 있도록 짝사랑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간절한 감성에 시청자가 움직였다. 눈물 한줄기 떨어트리는 모습에도 ‘미친 연기 내공’이 실렸다는 시청자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유아인과 주원, 유준상 등 올해 활약한 SBS 출연배우들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플 상황에 ‘김현주 탄원서’는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시청률은 만족스럽지 못할지언정, 드라마 리뷰기사에 달리는 시청자 댓글이 2000개가 넘는 화제작이다. 야구 중계로 결방할 수밖에 없는 피치못할 상황에서도 직격타을 맞을 정도였다. MBC처럼 시청자 투표로 대상이 정해지는 거라면 이미 ‘김현주가 따놓은 당상’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