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해외에 먼저 부는 퓨전국악 바람

글램록 스타일 민요록밴드 '씽씽'
美 콘서트 영상 73만뷰 돌파
국악밴드 잠비나이·블랙스트링
해외 유명 음반사와 계약 화제
韓 음악시장 규모 작고 장르 제약
해외서 먼저 퓨전국악 진가 알아봐
  • 등록 2017-11-14 오전 5:30:00

    수정 2017-11-14 오전 5:30:00

민요 록 밴드 씽씽의 ‘2017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 장면. 씽씽은 글램 록을 연상케 하는 짙은 화장에 형형색색 가발을 쓰고 여장을 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으로 민요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도 모르게 계속 듣게 된다. ‘회전문’처럼 한 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노래다.” “국악과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인데 음악은 묘하게 좋다.”

글램 록 뮤지션을 연상케 하는 짙은 화장, 눈에 확 띄는 노란색 가발…. 외양은 데이빗 보위 같은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케 한다. 귀에 익은 국악 노랫말인데 ‘흥~ 흥~ 칫~ 칫~’ 거리는 추임새가 묘한 매력을 준다.

최근 민요 록 밴드 씽씽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동영상에 대한 네티즌 반응이 뜨겁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가 지난 9월 28일 유튜브에 올린 15분 정도의 동영상이다. 13일 현재 조회수 73만9711회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소리꾼들이 록 연주에 맞춰 민요를 부르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현경채 음악평론가는 “경기민요를 클럽 문화와 접목시켜 신나게 놀아보자는 콘셉트가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씽씽의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국악에 머물지 않는 국악 전공자들

국악의 색다른 변신이다. 이들이 새롭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이유가 있다. 국악 전공자지만 국악에만 머물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어서다.

씽씽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영화·무용·창극 등 여러 예술장르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장영규(베이스)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추다혜·신승태, 이태원(기타)과 이철희(드럼) 등 6인이 의기투합한 팀이다. 씽씽 결성 전 국악그룹 비빙을 이끌기도 했던 장영규는 “공연을 한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차려놓지 않고 그냥 노래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홍대 앞 클럽에서 처음 모인 게 팀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퓨전 국악은 서양 음악을 국악으로 연주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씽씽을 비롯해 잠비나이·블랙스트링 등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국악 밴드들은 국악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록·재즈 등 여러 음악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국악 밴드 잠비나이와 블랙스트링은 해외 유명 음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앨범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에는 피리·생황·양금 연주가 겸 작곡가인 박지하가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 마켓인 ‘워멕스’(WOMEX)에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블랙스트링은 서울대 국악과 교수이기도 한 거문고 명인 허윤정을 주축으로 이아람(대금), 오정수(기타), 황민왕(타악·구음)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2011년 한영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계기로 결성됐다. 지난해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ACT와 계약을 맺고 정규 앨범 ‘마스크 댄스’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허윤정은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국악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이라고 설명한다. 허윤정은 “국악 전공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대중과의 소통은 전통적인 악기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면서 “하지만 전통 국악 연주에만 머물면 대중과 소통할 기회도 적어서 블랙스트링를 만들어 거문고를 밴드의 악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ACT와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표해 화제가 된 국악 밴드 블랙스트링(사진=허브뮤직).


◇해외에서 먼저 주목…국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이들의 음악을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이일우(기타·피리),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과 최재혁(드럼), 유병구(베이스)로 결성된 5인조 잠비나이도 해외에서의 유명세를 타고 한국에 이름이 알려진 케이스다. 지난 여름 유럽 4개국 투어를 마친 이들은 11월에도 한 달 간 스웨덴·노르웨이·프랑스 등 8개국에서 총 13회 공연을 하기 위해 얼마 전 한국을 떠났다.

페스티벌 출연 섭외도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다. 잠비나이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김형군 디렉터는 “내년에도 벌써 해외 페스티벌 출연 3건이 확정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대형 페스티벌에 출연한 적이 많지 않다. 김 디렉터는 “국내에서는 록 페스티벌에서는 국악·월드뮤직이라는 이유로, 국악·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는 록이라는 이유로 초청을 꺼려하는 것 같다. 반면 해외에서는 록 페스티벌과 월드뮤직 페스티벌 모두 다 잠비나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퓨전국악 팀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음악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을 직접 찾아들으려는 관심이 부족하다. 반면 해외에는 페스티벌도 많고 장르 음악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월드뮤직 시장을 놓고 보면 한국의 퓨전국악이 하나의 ‘블루오션’처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영규는 “씽씽은 해외에서 몇 차례 활동해 보니 반응이 확실하다. 해외는 음악 시장도 큰 만큼 실력만 인정 받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냥 ‘훈장’처럼 보는 것 같다”면서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퓨전국악 팀들의 음악에 보다 주목하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퓨전국악과 같은 국악의 변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허윤정은 “지금 국악을 배우는 20대들에게는 국악과 서양음악의 경계가 없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뿐”이라면서 “이들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전통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킬 것이다. 나아가 국악에 있어 더욱 긍정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페스티발 뉘소노르에 출연한 잠비나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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