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심장판막센터는 지난 1991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독립된 심장혈관센터 건물에서 △심장내과 △소아심장과 △심장혈관외과 △심장마취과 △심장영상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 속에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 빠른 회복을 통한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다.
◇심장판막 이상증상 악화땐 어지럼증, 실신
2심방·2심실로 이뤄진 심장은 각 심방과 심실 사이, 그리고 심실과 큰 혈관을 연결하는 곳 등 총 4개의 심장판막이 있다.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대동맥판막’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승모판막’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 ‘폐동맥판막’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 ‘삼첨판막’이다. 심장판막은 심장으로 들어 온 혈액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고, 뿜어낸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수도관에서 ‘밸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심장판막은 노화와 함께 고혈압·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감염 등으로 점차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지며 조직 자체도 손상을 입는다. 손상된 심장판막은 심장 운동에 따라 열고 닫힘이 헐거워져 혈액이 역류하는 증상이 생긴다.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판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가슴 두근거림과 숨찬 증세, 만성 피로감이 나타난다”며 “증상이 악화하면 어지럼증과 함께 심지어 실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판막 손상 시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곳은 ‘대동맥판막’이다. 이는 온몸으로 산소를 품은 혈액이 나가는 관문으로 다른 심장판막보다 가장 큰 압력이 작용한다. 문제는 대부분 대동맥판막 환자들이 70세 이상 고령이고,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 복합 질환을 동반해 수술 위험도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브란스병원 심장판막센터는 내과적 중재시술로 ‘대동맥 판막 교체술’(TAVI)을 확대,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수술로 인한 합병증 예방과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촉진한다.
고영국 교수는 “실제 세브란스병원이 시술한 대동맥판막 환자 평균연령이 83세이고 최고령 환자는 103세였을 만큼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 있어 대안 치료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콩팥 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조영제 주사에 따른 콩팥 기능 악화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영제 없는 CT검사와 함께 최소한 용량으로 대동맥 인공판막을 교체하는 시술을 확대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시간 1시간에서 25분 내외로 줄어
부득이 대동맥판막은 물론 주변 부위까지 손상이 클 경우 수술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꿰매지 않는 ‘대동맥 인공판막 교체수술’(AVR)을 시행한다. 이는 수술 범위를 기존 절반 이하인 7㎝ 정도만 가슴을 절개한다. 특히 인공판막을 촘촘히 꿰매 고정시키는 것이 아닌, 대동맥 혈관 내부에 바로 인공판막을 고정시킨다. 때문에 인공판막 교체수술 시간을 1시간 정도에서 25분 내외로 줄여 환자 수술 부담과 함께 가슴 흉터를 크게 줄이는 대안 수술법으로 환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는다.
‘폐동맥판막’은 주로 심장과 혈관의 선천적인 구조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아 소아심장과에서 주로 담당한다. 지난 2015년 수술이 아닌 중재시술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폐동맥 인공판막 교체술’(PPVI)을 성공한 세브란스병원 심장판막센터는 최근에는 예전 수술로 교체한 폐동맥 인공판막이 작아 중재시술로 재교체가 어려웠던 환자에게 ‘초고압 풍선 혈관성형술’을 통해 새 인공판막이 위치할 공간을 넓혀 성공적으로 삽입하는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고영국 교수는 “심장판막질환은 자각 증상이 오랜 기간 서서히 나타나고 노화에 따른 심폐기능 저하로 여겨 병이 상당히 진행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60대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가슴 두근거림과 숨찬 증세, 만성 피로감을 동반하면 심장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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