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트로피 거머쥔 '기생충'의 자산 가치, 회계장부엔 없다

영화 제작비, 자산으로 인식 하지 않아…모두 비용 처리
영화 '기생충'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만 1900억
"무형자산 회계처리 기준 개선해야"
  • 등록 2020-02-14 오전 3:15:00

    수정 2020-02-14 오전 7:21:02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는 13일까지 나흘간 147.75% 상승했다. 투자 배급사인 CJ ENM(035760)도 같은 기간 13.52% 상승했다. 특히 CJ ENM은 이날에만 8.65% 급등한 16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뜨겁게 오르고 있는데 실제 기생충의 자산가치는 회계장부에 얼마나 반영될까. 정답은 ‘회계장부에는 포함할 수 없다’다.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발생시키고 있고 높은 자산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무형자산인 영화를 장부에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BTS에 기생충까지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무비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학계는 무형자산 회계처리 방법 처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가치는 있지만”…장부상 인식하지 않아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035620)를 포함한 국내 영화제작사는 영화 투자금을 무형자산이 아닌 영화제작비 항목으로 비용처리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 2018년 영화제작비로 116억8858만원, 2019년 3분기 누적으로 14억8362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생충의 총 제작비는 125억여원으로 알려졌다. 바른손이앤에이 뿐만 아니라 CJ ENM(035760),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등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바른손이앤에이의 투자금은 2018~2019년 영업비용 중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회계기준은 무형자산을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의형 회계기준원 원장은 “(영화제작비 등) 연구개발비는 성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 원가를 자산으로 기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원가와 가치의 상관관계가 떨어지니 자산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모두 비용으로 처리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경우에는 임상3상부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반해 영화의 경우는 이런 가이드라인도 없어 정확한 자산 측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바른손이엔에이의 경우 영화사업 매출 비중이 게임사업(46.27%)다음으로 높은 32.39%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스카 작품상의 경제적 가치만 1200만달러(14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기생충은 국내에서 이미 860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달성했고,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은 19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상영관 수가 늘어나 매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무의미해진 회계장부…“무형자산 회계처리 기준 개선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의 재무제표가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가 지난해 3분기 기준 무형자산은 22억3000만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오스카 작품상의 가치(141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적도 부진하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 7일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3억원, 영업손실 49억원,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 개봉한 기생충의 실적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아서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영화 제작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고, 수익과 비용이 대응되지 않아 결국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재무제표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의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보기 위해선 무형자산 회계처리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의형 회계기준원 원장은 “무형자산 회계처리는 회계가 전체적으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며 “원칙을 만들고 제도화까지 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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