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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0일 바레인에서 귀국한 첫 번째 감염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해 11월 25일까지 이어진 공포는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당시 메르스는 특히 병원 내 감염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172명이 병원에서 감염됐습니다. 입원하거나 병문안 가거나 진료하다가 감염됐습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감염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병원 감염의 공포가 컸던 이유는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에게 균이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 확진자의 44.1%가 환자였습니다. 상당수는 천식·고혈압·담관암·만성폐쇄성폐질환·심장병 등의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메르스는 당시 에어로졸(작은 입자로 변한 것) 감염이 가능해 전파가 쉽게 확산됐습니다. 당시 한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계단에서 기침할 때 지하에서 계단을 올라오던 사람이 감염된 적도 있습니다. 슈퍼전파자의 강력한 바이러스가 침방울에 섞여 튀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택성모병원 등의 병실에서 환자의 침방울이 에어로졸이 돼 감염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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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메르스 때보다 사망자 수는 훨씬 적지만 전파 속도가 상당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엔 병원 내 감염이 전파의 주 원인이 아닌 신천지대구교회가 전파의 핵심입니다. 21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04명입니다. 이날 하루에만 100명이 늘어났습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최소 144명이 신천지대구교회와 연관이 있습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후 확진자 증가세도 심상치 않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오고 한 달쯤 되던 15일까지는 28명이었습니다. 11∼15일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때는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일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16일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부부 확진자가 생기고, 18일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진자는 총 31명으로 늘었습니다. 이후 19일에는 53명, 20일에는 104명으로 증가했고 이날 204명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신천지 관련자만 144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지역 사회 전파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확산 방지에만 신경 쓰다 중증·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를 전담할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곳, 검사를 전담할 기관 등을 분리해 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