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설] '의원 꿔주기'로 선거 보조금 받은 비례정당들

  • 등록 2020-04-02 오전 5:00:00

    수정 2020-04-02 오전 5:00:00

얍삽한 정치꾼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선거보조금을 농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여야 비례당이 막대한 국고 보조금을 챙겼는가 하면 전과자들을 대거 공천하면서도 여성 후보자 공천기준에 맞췄다는 이유만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도 확인됐다. 선거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은 정당보조금과 함께 선거가 있는 때는 선거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정당의 보호·육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조치임은 물론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에 있어서도 후보자를 공천한 12개 정당에 모두 440억 7000여만원의 선거보조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보조금이 허투루 남용되면서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의 경우 각각 여야의 비례당으로, 총선이 끝나면 모(母)정당에 흡수될 처지인데도 별도 보조금을 받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작년 말 개정된 선거법의 사생아인 이들 정당은 결코 보호·육성 대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의원 20명을 채워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는 얌체 짓을 서슴지 않은 것도 보조금이 주된 이유였다. 원래 시민당(24억 50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선에 그쳤을 한국당의 보조금은 61억 2000만원으로 뛰었다.

상당수의 전과자들과 함께 여성 77명을 공천한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여성보조금 8억 4000만원을 챙긴 것도 웃기는 일이다. 여성을 전체 지역구의 30%(76명) 이상 공천하면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한 현행 정치자금법을 혁명배당금당이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규정이 적용된 것이 2002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어떤 명목이든 혈세가 줄줄 새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제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관련제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위성정당에 대한 선거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합당한 사유가 없는 복당은 불허하는 등 ‘의원 꿔주기’에 제동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있어서도 공천보다는 당선 기준이 타당해 보인다. 선거에 앞서 보조금을 지급했더라도 여성 당선자가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부분적으로 회수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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