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당국 자투리펀드 모범규준 미달 운용사 ‘경고’

57개 공모추가형펀드 운용사 중 37개사 미달
삼성자산운용 등 16개로 가장 많아 정리 ‘시급’
이달말까지 모범규준 못 맞추면 신규설정 못해
당국, 내부적으로 법제화 검토…관리감독 강화
  • 등록 2020-05-22 오전 1:30:00

    수정 2020-05-22 오후 1:38:43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당국이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펀드(자투리펀드)를 정리하지 못해 모범규준에 미달한 37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경고장’을 보냈다. 이달 말까지 모범규준에서 정한 수준까지 자투리펀드를 정리하지 못하면 신규 펀드 설정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소규모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에도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펀드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공모추가형펀드 가운데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펀드의 비중이 5%를 넘어서거나 소규모펀드가 3개 이상이면 신규 펀드 출시에 제약을 걸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쪼그라든 공모펀드시장…자투리펀드 매년 증가세

2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공모추가형펀드 1932개 가운데 154개가 모범규준을 밑돌았다. 모범규준을 밑도는 소규모펀드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말 102개였던 자투리펀드 수가 2019년 말 135개, 지난 15일 현재 154개로 늘었다.

대형자산운용사의 모범규준 미달도 함께 늘었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6개 주요 자산운용사의 자투리펀드 수는 66개로 전체 42.9%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6개사의 자투리펀드 수는 44개였으나 5개월 새 22개나 늘었다.

회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각각 16개로 가장 많았다. 이 두 회사는 매년 자투리펀드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개로 가장 많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1개 줄어든 11개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10개)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6개)도 지난해보다 각각 4개, 2개씩 증가했다. KB자산운용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7개를 기록했다.

자산가나 기관투자자 대상의 사모펀드가 규제 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공모펀드는 수익률 정체에 따른 투자자의 무관심 속에 내리막길이다. ‘동학개미운동’처럼 펀드보다 직접투자(주식)를 선호하면서 공모펀드시장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출시 직후 투자자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퇴출 위기에 처한 소규모펀드가 급증한 것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펀드의 수익률 저조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공모펀드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며 “‘동학개미운동’ 등 직접투자에 밀려 쪼그라들면 펀드 관리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대부분 자산운용사는 신규 펀드 설정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이달 말까지 소규모펀드를 적극적으로 정리해 모범규준에 미달하지 않게 조정하겠다고 했다.

◇모범규준 법제화 검토…‘관리감독 강화’

금융당국은 소규모펀드 퇴출을 통한 효율적 시장 운영을 위해 지난 2016년 소규모펀드 정리 활성화와 신설 억제 모범규준을 도입해 매년 연장하고 있다. 5월말, 9월말, 12월말 기준으로 공모추가형펀드 가운데 소규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으면 자산운용사의 신규펀드 설정을 제한한다. 당국은 이른바 자투리펀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법제화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공모추가형펀드를 운용하는 56개 자산운용사의 소규모펀드 현황을 조사했더니 그중 37개사가 소규모펀드 모범규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운용사는 이달 말까지 모범규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신규 펀드설정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범규준 시행 목적은 소규모펀드의 효율적인 정리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산운용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펀드가 많으면 기존 펀드를 잘 운용하거나 정리해서 정상적으로 운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투리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운용액수가 적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펀드 매니저가 덩치 큰 펀드 운용에 집중하다 보니 소규모펀드 관리가 소홀하다.

운용 비용은 펀드 덩치와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는 운용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결국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해쳐 투자 손익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소규모펀드 법제화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된 바 없지만 모범규준의 내용을 법으로 명시화한다고 보면 된다. 소규모펀드 정리 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제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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