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개도국 파견 자문관, 수출 전사(戰士)로 활용하자

이성남 키르기스스탄 정부 IT자문관
  • 등록 2020-06-26 오전 5:00:00

    수정 2020-06-26 오전 5:00:00

몇 년 전 국내 IT 기업에서 근무할 때 중앙아시아 한 국가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관계자를 찾았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사업 제안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다가 몇 개월 후 검토하고 있다고 하더니 소식이 끊겼다. 아직 비즈니스 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비용을 들여 현지에 방문하
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다시 몇 개월 후 이제 자신이 그런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해외 각지에 지사가 있는 대기업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기업은 아마 이런 일을 한두 번은 경험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8월부터 과거 비즈니스 관계로 접촉했던 나라의 인접국에서 IT 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자문관의 신분상 그 나라 장·차관과 시장 등 고위직 인사와 기업 CEO를 언제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런 사실을 알고 그 나라에 파견된 한국 자문관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비즈니스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2020년 현재 정부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연구재단(NRF) 등을 통해 전 세계 52개 개도국에 1836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교육, 보건의료, 공공행정, 정보통신, 전자정부, 정보화, 산업 에너지, 농림수산, 방송, 금융, 관광, 환경 에너지 등 전 분야를 대상으로 정책자문과 기술지원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파견 요원의 대부분이 현장에 투입되어 일하는 봉사단 요원이지만, 그중 자문관 약 200여명(KOICA 36명·NIPA 96명·NRF 교수 53명)은 대부분 정부기관, 기업, 대학 등에서 20~30년 이상 실무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개도국 수도나 주요 도시에 1~3년간 상주하며 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정책자문과 기술지원,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가 현재 개도국 정부 IT 자문관으로 근무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현지 정부 및 공공기관에 곧바로 적용 가능하고, 시장에서 충분히 비즈니스 가능성이 있는 우리 기업의 우수 제품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큰 비용과 인력을 들여 중소기업 제품홍보 목적으로 개도국에 오지만 실제 이를 참관하러 오는 현지인이 많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이들 단체와 기업관계자들이 수출지원 관련 협회 등의 지원을 받았겠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자문관들과 협력하여 비즈니스 기획을 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정부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지원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재정적으로 영세한 중소기업이 수많은 나라를 상대로 비용을 들여 직접 오가며 비즈니스 관계를 추진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부가 KOICA, NIPA, NRF 등을 관리하는 부처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문관 파견 사전교육 기간에 중소기업 제품 정보와 시장 판로 개척 현황, 지원 및 협조 요청사항 등을 알려주고 개도국에 파견된 자문관들의 연락처를 중소기업에 제공해 해외 진출 시 자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 세계 개도국에 인력을 파견해 정책자문과 기술지원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임무와 더불어 이제는 우리 기업 제품을 홍보하고 수출하는 데에도 기여해 국익을 증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도국에 파견된 200여 명의 자문관에게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지원 및 자문 임무를 추가로 부여해 그들을 수출기업의 비즈니스 전사(戰士)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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