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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원, 펀드사무관리업무 재조정 권고받아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 2015년 삼일PwC에 미래성장 전략컨설팅을 의뢰했다. 그해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예탁원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분류된 해였다. 향후 예탁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던 시기다.
예탁원은 공공기관이었던 2000년 8월 펀드사무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엔 소규모 투자자문사를 민간 사무관리사가 돈이 안 된단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이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무관리사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진 데다 예탁원이 민간기업과 사무관리업무를 경쟁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고 경쟁력도 약해 이를 해체하는 것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탁원에 따르면 5월 말 수탁고 기준으로 신한아이타스가 시장점유율 43%로 1위에 올라 있다. 하나펀드서비스(23%), 국민은행(11%) 미래에셋펀드서비스(11%) 우리펀드서비스(8%)가 뒤를 따른다. 예탁원은 시장에서 4%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예탁원 내부에서 펀드사무관리부 배치를 꺼리거나 한정된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맡으면서 생기는 불만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탁원에 정통한 관계자는 “부서장급이 수주를 따오면 부하 직원들이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배분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예탁원은 자본시장법 제294조에 따라 증권 등의 집중예탁과 계좌 간 대체, 매매거래에 따른 결제 및 유통의 원활화를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펀드 사무관리는 예탁원 업무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삼일PwC는 부서 해체는 컨설팅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담지 않았다. 다만 펀드사무관리부 운용을 위해선 인력 보강, 설비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부서급 조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업무를 넘기는 데 반감을 가진 경영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관료제 병폐인 부서 이기주의(할거주의, 섹트주의)가 작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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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조직만 살아남고 인력 충원이나 설비 투자 등 가시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탁원은 지난 2007년 경쟁력 제고방안에서도 `펀드회계 및 전산전문 인력의 과감한 충원`이 필요하단 조언을 받았으나 2007년 23명이었던 펀드사무관리부 직원은 현재 27명으로 고작 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관계자는 “예탁원은 옵티머스의 위조, 변조를 사전에 걸러낼 여유를 갖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펀드의 사기에 휘말린 것에 대해서도 “다른 사무관리사였어도 법적 권한이 없어 운용자산 검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에 속한다는 이유로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