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 사모펀드]5년전 "손떼라" 조언 외면…사고 못막은 예탁원

컨설팅사 삼일PwC, 중간 보고서에 담았다가
최종 보고서엔 인력 충원 등 톤 다운.."아이디어일 뿐"
예탁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계 없다" 선 그어
  • 등록 2020-07-03 오전 12:13:00

    수정 2020-07-03 오전 12:13: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사기 행각이 드러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옵티머스의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을 압수 수색한 가운데 수년 전 예탁원이 글로벌 컨설팅회사로부터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라’는 조언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증원 등 추가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본업과 동떨어진 부업을 붙잡아두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예탁원, 펀드사무관리업무 재조정 권고받아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 2015년 삼일PwC에 미래성장 전략컨설팅을 의뢰했다. 그해는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예탁원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재분류된 해였다. 향후 예탁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던 시기다.

삼일PwC는 예탁원 업무 전반을 들여다본 후 펀드사무관리부를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핵심 업무에 재배치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라는 내용을 담은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예탁원은 공공기관이었던 2000년 8월 펀드사무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엔 소규모 투자자문사를 민간 사무관리사가 돈이 안 된단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이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무관리사들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진 데다 예탁원이 민간기업과 사무관리업무를 경쟁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고 경쟁력도 약해 이를 해체하는 것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탁원에 따르면 5월 말 수탁고 기준으로 신한아이타스가 시장점유율 43%로 1위에 올라 있다. 하나펀드서비스(23%), 국민은행(11%) 미래에셋펀드서비스(11%) 우리펀드서비스(8%)가 뒤를 따른다. 예탁원은 시장에서 4%를 차지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예탁원 내부에서 펀드사무관리부 배치를 꺼리거나 한정된 인력이 과도한 업무를 맡으면서 생기는 불만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탁원에 정통한 관계자는 “부서장급이 수주를 따오면 부하 직원들이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배분이 가능할지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고 말했다. 예탁원은 자본시장법 제294조에 따라 증권 등의 집중예탁과 계좌 간 대체, 매매거래에 따른 결제 및 유통의 원활화를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펀드 사무관리는 예탁원 업무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삼일PwC는 부서 해체는 컨설팅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담지 않았다. 다만 펀드사무관리부 운용을 위해선 인력 보강, 설비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부서급 조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업무를 넘기는 데 반감을 가진 경영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관료제 병폐인 부서 이기주의(할거주의, 섹트주의)가 작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인원 늘리라 했는데 13년간 고작 4명 증가

문제는 조직만 살아남고 인력 충원이나 설비 투자 등 가시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탁원은 지난 2007년 경쟁력 제고방안에서도 `펀드회계 및 전산전문 인력의 과감한 충원`이 필요하단 조언을 받았으나 2007년 23명이었던 펀드사무관리부 직원은 현재 27명으로 고작 4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관계자는 “예탁원은 옵티머스의 위조, 변조를 사전에 걸러낼 여유를 갖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펀드사무관리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근무여건을 개선한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사무관리에 특화하는 전략을 써왔다”며 “일부 직원의 반발이 있었을 수 있으나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옵티머스 펀드의 사기에 휘말린 것에 대해서도 “다른 사무관리사였어도 법적 권한이 없어 운용자산 검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에 속한다는 이유로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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