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현 “서민 울리는 임대주택 정책…실제 집 살수 있는 기회줘야”

[지자체장에게 듣는다]성장현 용산구청장
공급 문제 해결 위한 도심 임대주택 반대
“도심개발 이익금으로 서울 근교에 지어야”
이태원 살리기 위한 대출·재정적 지원 마련
  • 등록 2021-04-15 오전 6:00:00

    수정 2021-04-15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역세권 청년주택과 같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청년층이나 서민들에게 당장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이들 계층이 영원히 집을 못 사게 하는 나쁜 정책일 수 있습니다. 고기를 잡아다 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듯이 단순히 집을 빌려주지 않고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최근 용산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용산구청만 최초 4선을 할 정도로 노련한 원로 구청장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현 부동산 문제, 특히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조목조목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집값이나 임대료가 계속 뛰는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동안 전세금이라도 마련치 못하면, 결국 일정 기간 이후에는 거리로 나와 갈 곳이 없게 됩니다. 과연 이것이 누구를 도와주는 정책입니까? 임대주택이라도 리스 개념으로 일정한 금액을 거주기간 동안 갚게 한 뒤, 정부가 나머지 잔금을 면제·지원하거나 대출을 지원해 집을 살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나 미군이 주둔하던 캠프킴 미군기지에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성 구청장은 “눈앞만 보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에버랜드가 용인에 있으니 (영업이)되는 것이지, 서울 명동으로 옮기면 장사가 되겠냐”고 반문하며, “농사를 짓는 땅이 있고 집을 짓는 땅이 있다. 남북철길이 연결되면 유라시아로 통하는 관문이 되는 용산에는 금융센터나 국제회의장 등 첨단 업무시설이 들어서 미국 맨해튼을 능가하는 국제허브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공원 조성, 속도 보다 방향…드래곤힐 호텔 나가야”

서울에서도 용산은 초대형 개발사업이 밀집한 최고의 노른자 땅으로 손꼽힌다. 총 사업비가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불렸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용산국제업무지구,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아 국내 최대 공원으로 조성하는 용산 공원(총 면적 234㎡), 용산 역세권 개발, 서울역~용산역 철도 지하화사업, 초대형 복합단지로 변신할 원효로 옛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부지, 국내 최대 재개발 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한남동 재개발 등 굵직한 사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가히 용산의 지도를 바꿀 매머드급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용산의 주요 사업지에 공공주택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앞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1만 가구, 삼각지역 인근 캠프킴 부지에 3100세대를 건설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성 구청장은 “도심 한복판 제한된 공간에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결코 주택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은 곳은 대표 국제도시로 발전시키고 그 이익금을 가지고 서울 근교나 변두리에 임대주택을 훨씬 더 많이 공급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건축비를 감안한 공급 효과, 교통 체증, 임대료 등을 모두 감안해 좀 더 세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오군란 이후 138년만에 반환하는 용산 미군기지도 국내 최대 국가공원으로 지어지는 만큼 관심거리다. 다만 일부 부지는 여전히 미군이 잔류해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데다 해당 부지 내 환경오염 정화 작업을 감안하면 조성에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성 구청장은 “용산공원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만큼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국민을 위한 공원, 후대에 부끄럽지 않을 공원을 만들려면 드래곤힐호텔 등 미군 시설이 다른 곳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유령도시’ 이태원 살리기 총력…역사문화특구지정 추진도

서울 지역 내 핫플레이스로 꼽히지만 높은 임대료, 코로나19로 인해 큰 부침을 겪고 있는 이태원 살리기에도 적극 나선다. 지난해 5월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을 야기했던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해당 지역은 방문자가 뚝 끊기고, 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빈 상가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최근 유령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성 구청장은 민·관, 전문가 합동으로 이태원상권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 상권 살리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사실 이태원은 그동안 너무 경쟁적이고 준비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과 같이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다”며 “이태원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도전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권리금을 챙겨 나갈까 하는 가게가 적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성 구청장은 이어 “일정한 심사를 통해 능력 있고 재능있는 상인들을 이태원에 신규 유치하고, 저리 대출 등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귀뜸했다.

올해 말에는 옛 철도병원을 리모델링하는 용산근현대사박물관이 문을 연다. 구는 현재 이 박물관에 들어갈 3500여개 소장품을 보관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을 비롯해 20여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이 몰린 용산구를 역사문화 르네상스 특구로 지정하는 것이 성 구청장의 미래 청사진이다. 그는 “중앙정부가 역사문화특구로 지정하면 과거 강원도 정선 지역 이후 전국에서 최초 사례”라며 “문화유산을 널리 홍보하고 전세계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는 관광코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최초 4선 구청장을 지낸 그는 그동안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100억 규모 용산 꿈나무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옛 용산구청 부지에 용산꿈나무종합타운을 개관했다. 또 유니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선정, 용산복지재단 출범, 전국 최초 어르신의 날 조례 제정, 청년정책자문단 발족(110억 일자리기금 조성), 장애인 커뮤니티센터 준공, 이봉창 의사 역사울림관 개관 등 교육·복지·역사사업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성 구청장은 “남은 임기동안 신규 사업보다는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용산발전을 가장 크게 견인했던 구청장으로 역사에 기록되도록 남은 기간 혼신을 노력을 다해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전국웅변인협회 총본부 사무총장(1988~1991년) △민주평통 자문위원(1991~1998년) △1·2대 용산구의원(1991~1998년) △민선2기 용산구청장(1998~2000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2018~2019년) △민선 5·6·7기 용산구청장(2010년~2021년 현재)

용산구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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