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자가격리 면제'라는 당근책의 위험성

  • 등록 2021-04-29 오전 6:00:00

    수정 2021-04-29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백신을 맞았다고 특전을 주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다이헝 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즈를 통해 “정책 입안자들은 백신 접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인센티브가 클 경우 그만큼 백신이 위험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간접적인 ‘넛지(Nudge) 효과(부드러운 개입으로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더 효과가 좋다”고 주장했다.

부진한 백신 접종률에 마음 급한 정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6일 대국민담화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자’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담화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검토를 넘어 이미 추진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소식을 가장 반기는 것은 여행업계다. 코로나19로 최소한의 영업만 유지한 채 꼬박 1년을 보내서다. 벌써부터 국내여행을 비롯해 하반기 해외여행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재정비하는 모습도 보이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백신 접종자 대상의 자가격리 면제, 트래블버블 시행 소식이 솔솔 전해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자가격리 면제’ 방침이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구체적 효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섣부른 당근책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방역 모범 국가로 불려왔지만 이와 달리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6일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3.2%로 61.9%의 이스라엘과 영국(48.7%), 칠레(40.7%), 미국(39.6%), 헝가리(34.3%) 등에 한참 모자라다.

하지만 우리 국민 상당수는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6~17일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59.4%만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대와 20대들은 백신 접종을 ‘강요·압박’으로 느낄 정도로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달콤한 당근보다 국민 신뢰 회복이 먼저

초기 백신 구매에 실패했던 정부가 백신 접종률까지 놓친다면 지지율이 하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속내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는 ‘자가격리 면제’ 방침은 다이헝 천 교수의 지적처럼 오히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만 높일 수 있다.

국민들은 백신 부작용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하다. 부작용 피해가 의심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전까지 치료비 지원 등의 보상도 어렵고, 보상을 위한 정부의 예산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국민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저 “괜찮다”는 말뿐이다.

지금은 정부가 제공하는 백신은 믿고 맞아야 한다는 근거 제시와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제때 집단면역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자랑해왔던 ‘모범 방역’ 타이틀을 지키기는커녕 여행업계가 바라온 해외여행 재개의 희망까지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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