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 횡령 오스템임플란트, 韓거버넌스 낙후 징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2대 회장 인터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수탁자 의무’ 입법 강조
  • 등록 2022-01-13 오전 6:04:00

    수정 2022-01-13 오전 8:09:36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사태는 거버넌스 관련 장치가 촘촘한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한국 거버넌스가 낙후됐다는 의미입니다. 거버넌스 개선은 한국 자본시장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열쇠’입니다. 1000만 주주 시대가 열린 만큼 이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신임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거넌버스의 중요성을 이처럼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자금 흐름을 혈액순환에 비유했다. 피가 고이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듯 자금도 돌아야 한다. 기업 거버넌스를 “기업이 유한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재화, 용역을 효율적으로 생산,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권한, 책임 및 보상에 관한 규약”이라고 정의했다. 어느 기업이든 재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돌려주지 않고 일정 비중 이상 현금이 쌓인다면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재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돌려주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쪼개기 상장, 일반 주주 권리 침탈”

김 회장은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수탁자 의무’ 입법과 증거 개시 제도 도입의 공론화를 목표로 삼았다. 증거 개시 제도는 정식재판이 진행되기 전 공판준비절차 단계에서 원고와 피고 혹은 검사와 피고인이 서로 각자 가지고 있는 증거를 동시에 개시하는 것으로, 증거자료를 회사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을 예로 들었다. 그동안 LG화학(051910)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 분할되는 것으로, 김 회장은 “이는 곧 LG화학 일반 주주들에 대한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이를 계기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등 소액 주주 보호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와 별도로 △이사는 회사와 전체 주주에 대하여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한다는 개념이 정립돼야 하고, △회사 혹은 이사회가 주주 권리를 침탈했을 때 주주가 이를 바로 잡고자 소송을 제기했을 때 필요한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중심 기업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재벌 일가의 직접 소유 지분율은 상속을 거듭하면서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한국 재벌들은 대주주의 전횡을 뜻하는 ‘터널링(tunneling)’ 등을 통해 자본 조달과 지배력 유지를 함께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반 주주들의 ‘희생’이 있었던 셈이다.

기형적 거버넌스 원인은 ‘자사주의 마법’

김 회장은 의무 공개 매수 제도와 ‘자사주의 마법’에서 현재 기형적인 한국 거버넌스의 원인을 찾았다.

의무 공개 매수 제도는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때 특정 비율 이상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다른 주주들의 주식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의 권리 침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M&A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요구로 폐지됐다. 제도가 사라지면서 최대 주주가 기업 가치를 독식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특히 이번 한샘 M&A 과정에서 도입 필요성이 부각됐다. ‘자사주의 마법’은 기업 분할 시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에 의결권이 부활하는 현상으로, 재벌총수 지배력 강화 수단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동학개미 천만시대’가 열렸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마주했다.

김 회장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공정한 국가일수록 효율적·합리적으로 경영된다는 것을 패권국인 미국이 입증하고 있다”며 “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상 G(거버넌스)가 개선될 때 S(사회)와 E(환경)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다. 거버넌스가 왜곡되면 비효율적으로 자본이 배분되거나 저성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또한 거버넌스라는 고질병을 극복해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개발도상국 시절 저부가 가치 산업에서 만들어내던 이익을 이제 혁신 기업에서 창출해야 하는데, 리스크가 높은 사업인 만큼 과거처럼 국가 주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 시장이 한 단계 나아간다면,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다. 미국에서 혁신 기업이 다수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주주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라면 그들부터 낙후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소송의 실효적 제도 등을 마련돼야 합니다. 거버넌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입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1992년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제현 파트너 △수림자산운용 전무이사 및 리서치 본부장 △다수 자산운용사 고문 △현재 싱가포르 터너리 펀드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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