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A씨는 아랫집에서 내는 ‘보복성 층간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층간소음 유발자가 A씨 아닌 같은 라인의 다른 집일 수도 있는데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천장 벽을 막대기로 쳐댄다는 것이다. A씨는 “아무리 화가 나도 경비실을 통해서 말하거나 해야지, 복수하는 식으로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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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지역이 밀집한 국내 거주지 특성상 층간소음 갈등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4만6596건) 접수된 전화상담은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9년(2만6257건)과 비교해 43.65% 급증했다. 5년 전인 2017년(2만 2849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평소 아침마다 윗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는 조모(55)씨는 경비실에 민원을 넣을까 고민하고 있다. 조씨는 “며칠 전 에어컨 공사를 하느라 잠깐 시끄러웠는데 윗집에서 민원을 넣었더라”며 “평소에 아침마다 윗집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는데 적반하장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지난 17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게시판엔 층간소음 고통을 호소하는 메모지가 가득했다. 주민들은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예민해져 있어 현관문을 조용히 닫아주시길 바란다. 내년에 이사 예정이라 당분간만 부탁 드린다”, “경비실에 말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데 집에서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발망치, 운동, 가구 끌기 등 자제 부탁 드린다” 등 내용이 담긴 쪽지를 붙여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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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이웃 간 갈등을 넘어 강력범죄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오후 영등포구 아파트에선 3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랫집 이웃 부부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30대 남성 피의자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틀 뒤 충청도의 한 도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거슬리는 층간소음을 TV나 음악 소리로 지우기보단 데시벨(㏈)이 비슷한 자연의 소리로 ‘상쇄’해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배 소장은 “층간소음은 100헤르츠(GHz) 이하 저음인데 파도소리, 폭포소리 등 자연에서 나오는 소리가 대부분 비슷한 저음”이라며 “저음은 귀로만 들리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압박증상도 느껴질 수 있어 다른 소리로 상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