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감정을 번역합니다"

[김수빈 작가가 말하는 뮤지컬 번역의 모든 것]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이프덴·물랑루즈!' 등 번역
작품 따라 원작 특성 살리거나 한국식으로 현지화
  • 등록 2023-01-19 오전 6:35:00

    수정 2023-01-19 오전 8:29:3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스위니토드’ ‘마틸다’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프덴’ ‘물랑루즈’ 그리고 ‘웨이스티드’까지. 현재 공연 중인 이들 뮤지컬은 모두 이 사람의 손을 거쳤다. 뮤지컬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수빈 작가다. 김 작가는 작품마다 재치 있는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신랄한 풍자의 묘미를 살린 ‘스위니토드’로 2016년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각색·번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번역 작업의 에피소드를 듣기 위해 김 작가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작가가 전해준 대극장 뮤지컬 신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프덴’ ‘물랑루즈!’의 작품별 번역 포인트와 추천 대사·가사를 정리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원작 의미 살려 꼼꼼히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장면. (사진=쇼노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작품이다. 지금 관객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역사적 의미를 살려야 해서 꼼꼼히 번역했다. 예를 들어 극 중 제트파와 샤크파가 어떤 무기로 싸울지 이야기할 때의 ‘깡통’(can)이 대사에 나온다. 그 깡통이 지금 흔히 생각하는 음료수 캔이 아니라 통조림 캔이라고 해서 무엇으로 번역할지 고민했다. 표현 수위도 중요했다. 남장여자 캐릭터에게 하는 성적인 대사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데 신경 썼다. (2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추천 대사·가사=‘마리아’(Maria) 중 “그 입술에 키스한 순간 너라는 음악이 세상을 가득 채웠네” “널 부르면 노래가 되고 널 속삭이면 기도가 되네”

뮤지컬 ‘이프덴’…인물 감정 촘촘히 현지화

뮤지컬 ‘이프덴’의 한 장면. (사진=쇼노트)
‘이프덴’은 현대극이다. 현대인의 감성에 착 붙어야 했다. 드라마적인 호소력도 강해서 속된 말로 인물들의 드라마가 ‘멱살’을 잡고 가지 않으면 관객이 극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인물들의 감정, 호흡 등을 촘촘하게 현지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배우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수정했다. 동성애, 환경 이야기, 젠더 이슈 등은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피부를 스치듯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번역했다. (2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추천 대사·가사=‘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Love While You Can) 중 “늘 꿈꿔온 사랑을 바라지 않을게. 내게 와준 사랑을 사랑할게. 그래서 부서진 이대로 사랑해.” / ‘결국 다시 시작’(Always Starting Over) 중 “가보지 못한 길에 미련 없고 널 만나 사랑한 그 삶이면 난 충분해. 내 사랑은 끝이 났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어. 나는 이 길을 또 걸어갈래.”

뮤지컬 ‘물랑루즈!’…팝송 70여 곡 모두 검수 받아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사진=CJ ENM)
‘물랑루즈!’는 팝송 70여 곡이 등장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각 곡의 라이선스 권리자 모두로부터 번역된 가사에 대한 검수를 받아야 했다. 번역 과정에서도 최대한 원곡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예를 들어 노래 ‘셧 업 앤 댄스 위드 미’의 경우 “입 닥치고 춤춰”라고 표현할 수 없어 영어 그대로 사용했다. ‘컴 어웨이 위드 미’의 경우 “영원히”라고 번역했다. 관객 반응은 엇갈리지만, 드라마가 중요한 장면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3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추천 대사·가사=로트랙 대사 중 “세상 가장 고귀한 건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것”

“뮤지컬은 유기체, 번역 작업도 작가·배우·스태프 같이 머리 맞대”

뮤지컬 번역가 김수빈 작가 프로필. (사진=쇼노트)
김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방송영상을 전공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뮤지컬 통역을 하게 됐다. 그 인연으로 2013년 뮤지컬 ‘스팸어랏’을 번역하면서 뮤지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 번역한 뮤지컬만 23편. 영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7세까지 현지에서 살다 돌아온 뒤로고 꾸준히 영어 실력을 갈고 닦아왔다.

김 작가는 “뮤지컬 번역은 감정을 번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번역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 또한 작품 속 대사들이 어떤 감정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바로 “감정의 지도”를 만드는 거다. 이와 함께 김 작가는 뮤지컬 번역은 작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공연은 책처럼 인쇄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뮤지컬 번역은 수많은 배우, 스태프, 관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작업”이라며 “작품을 하나의 생물체라 생각하며 매번 긴장하며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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