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는 지표로도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 7000여 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3.8%나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1년 전보다 1700억 원(32%) 가까이 늘어난 7819억 원에 달했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에 따른 본격적인 위기대응이 2월 말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고용통계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완전히 잦아들지 않는 한 심각한 고용냉각기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기는 이미 시작…반전 기회 삼을 방안 고민해야
본격적인 대량해고사태가 촉발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소비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기업은 줄어든 매출을 견디지 못하고 더 많은 인원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전염병으로 인한 소비둔화가 고용을 위축시키고 위축된 고용이 다시 구매력을 마르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그 끝을 모르게 된다. 하지만 경영상의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마지못해 단행하는 축소경영, 구조조정을 비난할 순 없다. 갖은 수를 쓰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이미 시작되었고 그 폭이 더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다면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일자리가 줄고 기업(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의 해외 이전이 왜 급격히 생겨나는가 하는 문제도 되짚어 볼 때다. 특히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경제정책들이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점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근무시간 단축, 최저임금 확대를 인위적으로 추진하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신설하는 동안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손발이 묶인 채 꾸준히 수출을 늘려왔다. 정권이 바뀌면 경제운영의 기조가 180도 달라지는 것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악화하는 요인이었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를 달성하면서 수출주도 모델을 바탕으로 오늘의 성공을 구가할 수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환경에서 믿을 것은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에 파는 것뿐이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듯 기업의 경쟁력 강화, 우수한 인력의 안정적 공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제 전쟁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정부는 후방지원과 보급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유능한 인력을 필요에 따라 고용하고 유연하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되 (이때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이어야) 정부는 해고된 이들이 빠른시일 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재교육과 능력함양, 재취업까지 안정적인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고용환경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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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발상을 대폭 바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첫째,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과도한 규제도 대폭 손질해 할 수 있는 것 빼고는 모두 하지 말라는 기조에서 하지 말라는 것 몇 가지를 제외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모험도 하고 도전도 할 수 있다.
둘째,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잘 돼야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업관이 정착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기업가가 편법과 부당한 치부를 일삼는 감시의 대상이라는 왜곡된 기업관이 남아 있고 이것이 정책으로 표출되고 있다. 기업이 더 많은 수출을 통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동참하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 절실하다.
셋째, 위기는 기회다.
지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무엇이 우리의 오늘을, 대한민국과 국제적 위상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자. 지나간 일에서의 교훈과 배움은 내일을 창조하는 힘이다. 가자, 대한민국, 또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