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의 경세제민]코로나 전쟁이 경제 운명 가른다

  • 등록 2021-05-13 오전 6:10:00

    수정 2021-05-13 오전 6:10:00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지난해 한국경제가 브라질을 밀어내고 세계 10위의 자리로 올라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조6300억 달러로 전년도 12위에서 2계단 상승했다. 적절한 코로나19 대응으로 경제적 타격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증가한 반도체, IT품목 등의 수출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한국경제는 성장률 1.6%를 기록해 예상치를 넘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앞으로 10대 경제대국으로 계속 발전할 것인가?

백신접종이 늦어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경제는 계속 난관을 겪는다. 실로 큰 문제는 경제의 기저질환이다. 코로나 발생 직전 2019년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생산능력이 전년 대비 1.2% 감소해 48년 만에 최악이다. 성장률은 2%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성장률은 -1.0%로 추락하고 실업, 부채, 폐업, 주거난이 겹쳐 민생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도 기저질환을 고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다시 곤두박질할 것이다.

정부가 백신 확보를 서두르지 않은 것은 실책이다. 정부는 감염검사와 감염자 추적과 치료 등 대증적 방역에 치중했다. 동시에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재난지원금 지급에 급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넘나들며 4차 대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미국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3분기부터 추가로 공급받기로 해 총 9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코로나19 전쟁에서 백신 수급문제가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이미 추가구매도 선진국보다 늦은 상태다. 세계 각국에서 백신확보 여부에 따라 경제운명이 달라지는 코로나 디바이드(vaccine divide)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인 디바이드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세계1위의 확진자를 기록했던 미국은 백신접종을 서둘러 집단면역과 경제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국민 접종률이 45%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6.4%로 전망했다. 1984년 이후 37년 만에 최고치다. 연간 전망치가 3%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 비해 거의 곱절이다. 미국은 18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개발을 10개월에 끝내 코로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미국은 세계 1차, 2차 대전 중 전쟁무기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항공·조선·화학·원자력 등의 산업을 일으키고 전쟁이 끝난 후 세계경제패권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백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지원을 해 국가적 이익을 꾀하고 경제패권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신흥국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12억명 이상의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이 90만명에 육박한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악화할 경우 신흥국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외국자본이 유출하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은 코로나 전쟁의 승·패 기로에 섰다. 백신의 조기접종에 성공하고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책을 펴면 한국은 백신 디바이드의 승자 대열에서 발전을 가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패자로 전락해 경제추락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는 단기에 끝나는 일시적 전염병이 아니다. 변이가 계속되며 국민건강과 경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는 중대 질병이다. 각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백신공급의 자국 우선주의가 거세다. 한국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백신의 자체생산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화이자, 모더나 등 우량백신을 개발한 미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을 전략자산으로 간주하는 이상 기술이전이 쉽지 않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경제에 필수적인 수출자산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을 펼 필요가 있다.

경제의 기저질환을 치유하는 정부정책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무너뜨리고 있다. 핵심문제는 인기 영합적 선심정치와 반 시장적 경제이념이다. 정부는 국민세금으로 분배정책을 펴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요정책으로 폈다. 정책의 주요내용은 무차별한 재정지출과 최저임금 인상 및 친 노동 규제였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집중적으로 무너져 실업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늘고 소득격차가 악화했다. 정부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다. 더욱 문제는 집값 폭등이다. 정부가 시장을 힘으로 제압하면 시장은 더 큰 힘으로 반격한다는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24차례나 돈줄을 죄고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결과는 정부의 참패였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은 일시적으로 주춤하다가 곧바로 내성을 키워 다시 높은 가격에 거래 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집 없는 사람들의 희망이 사라졌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하게 서울·부산시장을 다시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경제운용의 실패에 대한 심판으로서 의미가 컸다. 경제정책은 정치와 이념의 희생물이 되면 안 된다. 부당한 정치와 이념의 지배는 경제의 독극물로서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산업발전을 막아 심할 경우 경제의 생존불안을 야기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선심정치와 분배이념 환상에서 벗어나 친 시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산업발전과 기업 살리기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기저질환을 고쳐 정상적인 발전궤도에 들어서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를 조기에 벗어나도 국정이념과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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