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이 늦어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경제는 계속 난관을 겪는다. 실로 큰 문제는 경제의 기저질환이다. 코로나 발생 직전 2019년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생산능력이 전년 대비 1.2% 감소해 48년 만에 최악이다. 성장률은 2%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성장률은 -1.0%로 추락하고 실업, 부채, 폐업, 주거난이 겹쳐 민생이 파국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도 기저질환을 고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다시 곤두박질할 것이다.
정부가 백신 확보를 서두르지 않은 것은 실책이다. 정부는 감염검사와 감염자 추적과 치료 등 대증적 방역에 치중했다. 동시에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재난지원금 지급에 급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넘나들며 4차 대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미국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3분기부터 추가로 공급받기로 해 총 9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코로나19 전쟁에서 백신 수급문제가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이미 추가구매도 선진국보다 늦은 상태다. 세계 각국에서 백신확보 여부에 따라 경제운명이 달라지는 코로나 디바이드(vaccine divide)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인 디바이드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신흥국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12억명 이상의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이 90만명에 육박한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악화할 경우 신흥국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외국자본이 유출하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은 코로나 전쟁의 승·패 기로에 섰다. 백신의 조기접종에 성공하고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책을 펴면 한국은 백신 디바이드의 승자 대열에서 발전을 가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패자로 전락해 경제추락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는 단기에 끝나는 일시적 전염병이 아니다. 변이가 계속되며 국민건강과 경제를 인질로 잡을 수 있는 중대 질병이다. 각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백신공급의 자국 우선주의가 거세다. 한국은 충분한 양의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백신의 자체생산국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화이자, 모더나 등 우량백신을 개발한 미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을 전략자산으로 간주하는 이상 기술이전이 쉽지 않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경제에 필수적인 수출자산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을 펼 필요가 있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하게 서울·부산시장을 다시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경제운용의 실패에 대한 심판으로서 의미가 컸다. 경제정책은 정치와 이념의 희생물이 되면 안 된다. 부당한 정치와 이념의 지배는 경제의 독극물로서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산업발전을 막아 심할 경우 경제의 생존불안을 야기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선심정치와 분배이념 환상에서 벗어나 친 시장으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산업발전과 기업 살리기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기저질환을 고쳐 정상적인 발전궤도에 들어서야 한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를 조기에 벗어나도 국정이념과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