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은 25일(한국시각) 홈페이지(www.fifa.com)를 통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성적 부진을 이유로 북한축구협회가 자국 대표팀에게 징계를 내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FIFA는 '지난 11일 선수단 처벌 소문과 관련해 북한축구협회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면서 '북한축구협회는 감독과 선수단에게 어떠한 형태의 징계조치도 실시한 일이 없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검증 없는 인용'의 부작용
지난 1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직후 김정훈 북한대표팀 감독이 부진한 성적과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여움을 샀다'며 '김 감독이 노동당원 지위를 빼앗긴 채 건설 현장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으며, 선수단은 혹독한 사상 비판에 시달렸다'고 보도했다.
이데일리가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재일교포 북한축구 전문가 김명욱 기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무근이었다. 김 기자는 북한 코칭스태프와의 통화 결과를 근거로 "김정훈 감독은 자국 축구계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서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언론사가 어떤 사실을 근거로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지 모르겠다"는 북한대표팀 관계자의 반응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는 '김정훈 감독 강제노역설'이 폭넓게 전해진 뒤였다. '외신이 한반도 관련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언론들이 제대로 된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인용해 보도한 까닭이다.
◇ 외신이면 무조건 OK?
'외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해외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스포츠 스타 관련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EPL 경기 직후 빠짐 없이 등장하는 '선수 평점' 기사가 좋은 예다. 어떤 인물이 어떤 기준으로 채점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국내에서는 실시간으로 비중 있게 다뤄진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성공적'이라는, 저조한 점수에 그치면 '빨간 불'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 검증 시스템 통해 부작용 줄여야
스포츠 분야에서 외신 인용은 '현장 취재가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용 과정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용할 매체의 권위 또는 신뢰도를 철저히 체크하고, 내용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을 시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정보 종속'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보 종속'이란 특정 루트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에 대해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외신보도를 소개하는 경우 자칫 잘못하면 사건 자체 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입장까지도 여과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김대길 KBS-N 축구해설위원은 "해외 언론의 경우 '정보 전달', '흥미 제공'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 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가급적 정론지 등 추측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사의 기사를 참조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신을 인용했더라도 이를 통해 나온 기사는 결과적으로 그 언론사의 취재물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오보에 대한 심의 규정 강화, 독자들의 반응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실수를 줄여나가려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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