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르네상스를 꿈꾸다

전주남부시장 `청년몰`·군산공설시장 `마트식 재래시장`
경쟁력 강화 위해서는 규제·보호 보다 `젊음·변화` 필요
  • 등록 2012-07-08 오전 10:57:35

    수정 2012-07-08 오전 10:57:35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문전성시’ 대문앞이 사람들로 북적여 시장을 이룬다는 뜻이다. 시간이갈수록 이 사자성어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시장은 찾아보기도 힘들 뿐더러 더이상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장을 본다’기 보다는 ‘마트를 간다’고 말한다. 지난주 이데일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통시장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의 현장을 찾았다.

시장에 불어든 젊은 바람..청년 장사꾼의 도전

남부시장 청년몰의 가게 범이네 식충이(왼쪽 위)와 차와(오른쪽 위), 청년몰 입구 전경(아래)
전라북도 전주 완산군의 남부시장, 총 10개 동이 들어서 있는 이 시장의 6동 옥상. 흔히 흡연구역이거나 창고로 쓰일 법한 건물 옥상에 오르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금연♡’이라는 애교스러운 문구. 눈을 돌려 주위를 둘어보니 ‘카페나비’, ‘뽕의도리’, ‘플라잉팬’, ‘만지면 사야 합니다’ 등 이색적인 이름의 작은 가게들이 둥그렇게 둘러서 있다.

시장위의 시장, 남부시장의 청년몰이다. 이 곳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 중인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부시장 상인회와 사회적 기업 이음이 힘을 모아 젊은이들의 창업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고 기술을 배우면서 자신들의 가게를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야시장과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시행했다. 그렇게 지난 5월5일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모토 아래 12개의 가게를 열었다.

전주 유일의 보드게임방 ‘같이놀다가게’를 운영하는 백승열(31)씨는 “생존 자체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서는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디자인 할 수 있다”며 청년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장맛비가 내리는 평일 오후 였지만, 드문드문 청년몰을 찾은 손님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근 대학교에 다닌다는 강서영(23)씨는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강 씨는 처음에는 학교 근처에 있는 팜플렛을 보고 호기심에 찾았다“며 ”가게들도 예쁘고 사장님들도 재밌어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전통시장에 온 적이 없었다는 박지인(23)씨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인형을 만드는 강습을 신청했다“며 ”앞으로는 종종 찾게 될 것 같다“며 즐거운 듯 웃었다.

실제로 청년장사꾼 프로젝트 시행 이후 남부시장의 매출도 20%나 증가했다.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에는 1500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등 시장에 활기를 더했다. 김병규 이음 대표는 “이 안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돕고 기존 시장 상인들과 상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생태계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이런 시도를 통해 안으로부터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타나냈다.

겉은 마트 속은 시장..전통시장은 리모델링 中

군산공설시장 외부전경
두번째로 찾은 곳은 국내 최초의 마트형 전통시장인 군산 공설시장. 기존 재래시장이 있던 자리에 지난 3월16일 새롭게 오픈했다. 290억원(국비 97억원, 시비 193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곳은 겉에서 보기에는 대형마트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딴세상이 펼쳐졌다. 현대식 건물 안에는 시장에서 보던 가게들이 자리해 있었다. 곡식 빻는 소리, 한약재와 젓갈 냄새, 반찬가게와 대장간 등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점포들이 모두 눈에 띄었다.

4층짜리 건물인 군산공설시장은 층 구성도 마트와 비슷하다. 1층에서는 농수축산 등 1차 식품과 분식·족발 등 간편 먹을거리를 팔았다. 2층은 의류와 침구, 커텐, 한복 등 생활용품과 안경점, 귀금속, 핸드폰 등의 서비스업종 및 전문 식당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 3층에는 다른 곳에있던 군산시 여성교육장을 옮겨왔다. 유동인구를 늘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것. 고객의 편의를 위해 488대건물 내 234대, 기존공용주차장 158대, 신규 96대)의 주차공간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는 발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날씨를 고려하더라고 직전에 찾았던 전주 남부시장에 비해서도 손님이 적은 모습이었다.시장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관리비나 임대료가 싸고 시설도 잘 돼 있어 장사하기는 훨씬 편해졌다“면서도 ”생각보다 손님이 적다“고 입을 모았다.

군산공설시장 1층 전경(왼쪽), 간편먹거리 코너(오른쪽)
군산시 측은 ”시설 현대화 작업 이전보다 매출은 20% 정도 늘었고 문화시설 이용객이나 탐방객 등으로 유동 인구도 증가했다“면서도 ”상인들의 노령화를 해결하고 마트로 가는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설시장을 재건축하면서 새로 들어왔다는 한 가게 사장은 ”군산의 특산물이 회인데 여기(공설시장)는 회코너가 너무 약하다“며 ”현지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수산시장 처럼 회를 먹고 사갈 수 있도록 하면 다른 가게들도 장사가 더 잘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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