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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비단 홈런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그는 지독한 편견과 싸워 온 고독한 홈런왕이기도 했다. 그는 아마도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최다 편견 타이틀’ 보유자일 것이다.
대구구장이 개축 이전, 작은 구장으로 유명했다. 타 구장에 비해 다소 가까웠던 펜스까지 거리는 이승엽의 홈런을 폄하하는 가장 좋은 도구(?)로 활용됐다. 일부 악의적인 사람들은 그를 ‘시민 타자’라고 일부러 깎아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근거가 부족한 비난이다. 대구구장의 규모는 이승엽의 파워를 낮춰 보기엔 영향이 너무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지바 롯데 1,2군 코디네이터로 이승엽을 지도한 바 있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이승엽이 타구를 멀리 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파워 포지션까지 최대한 배트를 끌어올려 놓고 치는 스윙은 일본 선수들은 따라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같은 팀에서 뛰던 용병 선수들도 늘“저렇게 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이승엽이 8회말, 극적인 동점 쓰리런 홈런을 쳤을 때 LG 전력분석원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 중 하나다.
김 위원은 “아주 가끔 제대로 맞지 않은 공이 하나씩 넘어갔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효과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이승엽을 홈런왕으로 만든 것과 구장 크기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박경완은 “구장 크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난 오히려 우리 홈구장이었던 수원 구장이 편했다. 수원 구장도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었다. 특별한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나 뿐 아니라 다른 현대선수들 느낌도 비슷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500홈런이라는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며 한국의 홈런은 곧 이승엽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즈음에서 불필요한 ‘편견의 타이틀’은 떼어주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