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록’이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미국서 개발됐다. 간단히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과 실시간 연동된다. 변형된 네트워킹이냐고? 그렇긴 하다. 다만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피하게 해주는 장치다. 그 사람의 현재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알람이 울려댄다. 이 앱의 핵심은 ‘연결되고 싶지 않은 네트워킹’이다.
SNS가 트렌드가 된 건 이미 오래전이다. 2015년 트렌드도 SNS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강화’가 아니다. ‘안티’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건 아니다. 선택적으로 고립되고 일시적으로 단절된다. 한동안 드러내는 일에 힘을 뺐더니 이제는 무차별적인 노출이 힘겹다는 얘기다. 사실 그간 SNS를 통해 보여줬던 모습에는 포장이 필요했다. ‘가면’이다. 그러면 안티 SNS라고 할 땐 그 가면을 벗어버리는 건가. 아니다. 해결책은 더 강력한 가면이다. 결국 SNS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면은 가장 절박하면서도 친절한 무기란 얘기다. 이 ‘가면소비시대’는 내년으로 이어진다.
트렌드분석가인 저자가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내년을 가늠했다. 그가 내세운 2015년 주역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다. 배경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의 중간단계쯤이라고 할 소셜네트워크에 뒀다. 일상의 가면과 가식에 얽힌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욕망과 소비를 낳고 단연 사회문화적 변동으로 부각될 거라고 했다.
독특한 건 SNS의 역기능이다. 국경을 넘은 지구인들이 SNS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지만 피로감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이탈. 그런데 그걸로 끝인가. SNS도 진화한다. 또 다른 SNS가 출몰해 이탈자를 끌어안는다. 그 결과는? 둥지를 옮겨다니는 ‘SNS 유목민’의 증가다.
▲“시간을 팝니다”…킨포크·잉여들 전성시대
‘지퍼플랏’은 카페다. 2011년 모스크바에서 문을 열었다. 10개 지점을 내고 2013년 런던으로 진출했다. 곧 서울에도 도착할 수 있다. 저녁은커녕 밤도 없을 만큼 시간에 쫓기는 나라가 한국 아닌가. 눈치가 빠르다면 알아챘겠지만 여기서 파는 건 커피가 아니다. 시간이다. 1시간에 3파운드(약 5200원) 정도. 그 시간을 샀다면 잠을 자든 제공된 커피를 마시든 자유다. 차 한 잔을 놓고 하루종일 있어도 상관없다. 머무는 비용만 지불한다면.
저자가 착안한 건 시간을 판다는 콘셉트가 굳이 카페에만 해당되겠느냐는 거다. 인생의 가치가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물건이나 노동보다 가치 있는, 시간을 사고파는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란 강조다.
시간과 연관해 내년에 주목되는 건 백수급 ‘잉여’들의 행보다. 가령 지난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는 눈여겨볼 광경이란다. 하지만 저자의 관점이 색다르다. ‘쓸데없는 짓’을 ‘쓸 데 있음’으로 바꿔낸 잉여들의 창조력을 높이 사야 한다는 거다. 시간을 남겨 혹은 여유롭게 살고 싶은 이들의 느리게 살기는 좀더 생산적인 여파다. 친척이든 이웃이든 가까이 있는 지인끼리 모여 일상을 공유하는 ‘킨포크’가 대표적인 예란다.
▲“대접해 드립니다”…가족 잃고 나를 얻다
일상에서 온·오프라인을 구분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 양극은 모바일을 매개로 막힘없이 오간다. 특히 쇼핑과 유통에선.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추세를 아우른 현상으로 저자는 ‘쇼루밍’을 골라냈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매장선 구경만 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최저가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쇼루밍족에 의해 뒤집힐 유통구도는 저자가 내놓은 내년의 큰 그림이다.
지향이 있으면 반작용은 당연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건 끝까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다. 다만 내년을 간파하려면 반드시 이들에 덮인 가면을 꿰뚫어야 한단다. 감춰진 욕망을 더듬는 거다. ‘가면이 버겁다’ 혹은 ‘가면이 더 필요하다’를 가려 단서를 빼내는 게 ‘트렌드의 숙제’라고 확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