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1편] 기출문제라도 풀어라

  • 등록 2019-05-23 오전 12:15:00

    수정 2019-05-23 오전 12:15: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하늘아래 새로운 위기란 없다. 기업 스스로 낯설고 희한한 위기라 생각할지라도 사실 알고 보면 그 위기는 다른 어떤 기업이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어떤 기업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새롭게 발생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위기는 딱 한번 발생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특정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은 그 위기를 아마 몇 년 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비슷 비슷한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낯선 위기라고 부를 만한 위기는 적다.

실제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위원회에 속한 임원 중 일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전 직장에 있었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때 이와 관련해서 위기관리를 하며 고생한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만약 위기가 매번 새롭고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면 이런 경험담은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에게 어떻게 해야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질문 이전에 필자는 그 질문자가 어느정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기관리가 우리가 소위 말하는 로켓과학(rocket science)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이해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실무자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해야 가능한 과학이나 연구주제도 아니다. 정상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후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도 정상인이라면 이미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어떻게 위기를 잘 관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지는 그 질문을 한 임원이 가장 정확하게 알 것이다. 자사 내부에 어떤 것들이 아직 부족하고, 문제가 될 수 있을지 정상적 임원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위기관리 컨설턴트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위기관리가 성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질문자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볼 때 잘 되었구나 생각하는 케이스들을 기억해 보기면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위기관리는 엉터리였다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되돌아보면 반면교사를 삼을 수도 있다. 자신이 모르는 다른 성공적 위기관리가 있는가를 묻는 호기심이라면 모르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답을 안다.

위기관리를 평소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질문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생각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평소 준비와 연습이라는 개념을 꼭 이야기해야 그 때 새롭게 이해하는 임직원은 수십년간 본적이 없다. 알고는 있는데 그게 참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관한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라는 조언도 그 때문이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몰라서 못하는 로켓과학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알지만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샅샅이 찾아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나은 위기관리를 원하는 대표이사가 해야 할 일이다.

더 나은 위기관리를 꿈꾸는 기업이 필자에게 딱 한가지를 먼저 제안하라 하면, 기출문제를 풀라는 조언을 할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미 발생했던 위기들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했는지 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각 어떻게 그 위기를 관리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체계적으로 기출문제처럼 찾아 공부하는 것이다.

자사에게 발생한 위기도 마찬가지 기출문제다. 자사가 10년전 그리고 5년전 그리고 2년전 경험했던 위기를 기억해 다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위기가 자사에게 다시 발생한다면 그 이전보다는 잘 관리할 수 있어야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매번 새롭지 말자는 이야기다.

모든 위기는 이미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발생했던 위기다. 이미 출제되었던 문제다. 그에 대한 오답과 정답도 다양하게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런 친절한(?) 위기를 관리하려 기출문제조차 풀어 보지 않은 기업이 낯설게 달라붙으니 좌절을 맛본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웃기는 이야기 아닌가.

기업이 위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출문제만 풀고 위기를 관리해도 비참하게 실패하지는 않을 텐데, 그런 최소한의 노력이나 투자가 없다. 분명 기출문제를 제대로 푼다면, 준비와 연습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불필요하게 위기를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결심과 실행도 이어질 것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기출문제를 풀기 이전과 이후는 확연하게 다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일단 기출문제를 먼저 풀어보라. 낙제는 면할 수 있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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