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찬가에 포복절도…제대로 웃기는 '썸씽로튼'

9일 개막한 美 브로드웨이 화제작
셰익스피어·뮤지컬 패러디로 웃음
춤·노래·탭댄스 등 볼거리로 풍성
  • 등록 2019-06-18 오전 6:00:00

    수정 2019-06-18 오전 8:08:04

뮤지컬 ‘썸씽로튼’의 한 장면(사진=엠트리뮤직, 에스앤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삶이 너에게 계란을 주거든 오믈렛을 만들어라.”

프라이팬을 든 배우들이 우스꽝스러운 춤으로 관객 이목을 사로잡는다. 계란 모양의 옷을 입은 배우들까지 등장하니 극장은 이내 웃음바다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란을 깨야 하는 법. 주인공이 계란을 깨는 시늉을 하자 배우들은 노른자를 형상화한 노란 천을 공중으로 던진다.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썸씽로튼’ 내한공연의 한 장면.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오믈렛’ 찬가가 그야말로 엉뚱하다. ‘썸씽로튼’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런데 웃긴다. 미국에서 온 배우들이 선보이는 춤과 노래, 현란한 탭댄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썸씽로튼’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가 출신 캐리 커크패트릭과 그래미 수상 작사·작곡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 그리고 영국 코미디 작가 존 오 페럴의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엉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셰익스피어 대표작에 대한 패러디는 물론 유명 뮤지컬 작품의 패러디가 공연 내내 펼쳐진다.

주인공은 무명 극작가 닉·나이젤 바텀 형제. 이름부터 ‘밑바닥’(botton)인 이들 형제는 당대 최고의 ‘국민작가’ 셰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작품을 쓰기 위해 절치부심한다. 그러나 좀처럼 넘기 힘든 셰익스피어의 실력 앞에 좌절한 형 닉은 예언가의 재능을 빌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미래에 각광 받는 공연의 아이디어를 훔쳐오는 것이다.

‘썸씽로튼’의 백미 중 하나는 1막의 대표 넘버 ‘어 뮤지컬’이다. 20세기 초반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탭댄스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뮤지컬 팬이라면 넘버 곳곳에 숨겨진 패러디에 배를 잡을 것이다. ‘레미제라블’ ‘렌트’ ‘애니’ ‘브로드웨이 42번가’ ‘캣츠’ ‘라이온 킹’ 등 수많은 뮤지컬이 레퍼런스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르네상스에 대한 풍자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는 데이빗 보위 같은 록 스타다. 가죽 재킷을 입은 셰익스피어가 나올 때마다 배우들이 외치는 “윌 파워”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귓가에 멤돌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극작가 형제 동생 나이젤과 청교도 여인 포샤의 로맨스도 작품에 풋풋함을 더한다.

15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웃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물론 그 속에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던 바텀 형제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나 자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극작가 출신 창작진이 뭉친 만큼 적재적소에 배치된 패러디 속에서 서사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자막 번역에는 영화 번역가로 유명한 황석희가 참여했다. ‘지킬박사와 하이트’ 등 원작의 언어유희를 한국식으로 살려 원작의 유머를 잘 전하고 있다. ‘오믈렛’을 ‘햄릿’을 연상시키는 ‘오믈릿’으로 번역한 것도 재치가 돋보인다.

3주간 진행하는 이번 내한공연은 미국 투어를 위해 꾸려진 현지 프로덕션이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그대로 갖고 와 진행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을 큰 변형 없이그대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 언어의 한계도 느끼기 힘들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썸씽로튼’의 한 장면(사진=엠트리뮤직, 에스앤코).
뮤지컬 ‘썸씽로튼’의 한 장면(사진=엠트리뮤직,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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