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출금·환전서만 '생색 내기'…퇴직연금·펌뱅킹서 주머니 채워

[도 넘은 은행 수수료 장사]②
지난해 시중은행 수수료 수익만 4조8000억
퇴직연금 100억원 맡겼을 경우
수익 1.7억인데 5000만원 떼가
  • 등록 2019-06-26 오전 6:00:00

    수정 2019-06-26 오전 6:00:00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인터넷뱅킹 수수료, 중도상환 수수료, 공과금 자동수납수수료…은행 고객은 알게 모르게 정말 다양한 수수료를 부담하는 체계입니다. 심지어 은행계 신용카드를 쓰는 고객들이라면 해외에서 카드를 긁는 순간에도 수수료를 내고 있어요.”

국내 시중은행이 소비자에게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지우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 인프라를 장악한 은행이 교묘하게 통행료를 받아 챙긴다는 비판이다.

작년 은행권 4조8000억 수수료 수익

2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시중은행의 전체 수수료 수입은 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4조6000억원 규모였던 수수료 수익은 소폭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은행별로는 우리와 신한은행이 연간 1조원을 넘는 수수료 수익을 올려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금리하락기 예대마진이 줄자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 노력한 결과다.

은행권 수수료는 ‘티클 모아 태산’ 영업 방식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분야다. 입금과 출금, 대출과 외환거래를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몇 백원에서 수 천원 가량의 수수료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은 출금수수료, 외환거래수수료, 송금수수료뿐 아니라 통장재발급수수료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비롯해 적게는 40~50개, 많게는 100개 가까운 항목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고 핀테크(금융+IT) 기업이 활약하면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수수료는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특히 외화 송금이나 환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처럼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수수료는 원가나 일부 손실을 보며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느끼는데다 금융당국을 포함해 사회적 인하 압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런 종류의 수수료는 주거래고객이나 VIP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수수료 부담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거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영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퇴직연금 분야다. 은행권이 굴리는 퇴직연금은 약 96조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규모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대출을 포함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앞세워 기업체 직원들을 연금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결과다.

“인프라 장악 은행, 과도한 부담 지워” 비판

하지만 그 뒤 운영은 형편없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5년 연 환산 수익률은 1.74%에 그쳐 은행 정기예금 수준도 안됐다.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모든 권역 중 꼴찌다. 그런데도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매년 0.49%(금감원 발표 2018년 총비용 부담율 기준)씩 때 갔다. 한 기업이 퇴직연금으로 한해 100억원을 은행에 맡겼다면 1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려주며 이 가운데 약 5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겼다는 뜻이다. 금융투자, 생명보험을 포함해 모든 권역을 통틀어 수수료가 가장 높다. 최근 은행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형편없는 수익률에 견줘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핀테크 기업이 송금이나 환전사업을 하는데 필수적인 금융결제망(펌뱅킹) 이용 수수료 역시 비슷한 구조다. 결제망은 일종의 금융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데 은행권이 통행료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송금업체들은 펌뱅킹 수수료를 건당 최대 500원가량 은행에 지불해왔다. 핀테크 업체가 아무리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놔도 통행료가 비싸 업계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됐을 정도다. 사회적 비판여론이 커지자 정부 주도로 ‘오픈뱅킹’ 제도를 도입해 펌뱅킹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다 역풍을 맞은 셈이다.

부가가치 높은 분야 수수료 비중 높여야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대마진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누리는 은행이 각종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지나치는 지적이 많다.

지금처럼 단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 IB거래 자문이나 신탁·펀드판매 수수료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쪽의 수수료 수익 비중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은행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지만 지나치게 항목도 많고 일부 항목은 이해할 수 없이 높다”며 “금융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을 이미 챙긴 항목에 대해서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 항목을 통합해 단순화하되 은행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사회적 약자나 핀테크 기업에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를 지속해서 낮추되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출시해 효용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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