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늘 맞닿은 암자에 올라 모두의 '안녕'을 빌다

전남 해남 달마산 끝에 자리한 도솔암을 가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
달마산 날카로운 기암괴석에 자리한 도솔암
의상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2002년 복원해
해남 최고의 일몰 바라보며 국난극복 기원
  • 등록 2020-02-28 오전 4:00:00

    수정 2020-02-28 오전 4:00:00

날카로운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한 도솔암과 그 아래로 펼쳐진 풍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뜻밖의 재난에 전국이 불안과 공포로 휩싸였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커다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불안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 속 모습이다. 지난 20일 전남 해남을 찾았다. 봄기운 듬뿍 느끼고 있을 무렵,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해남군도 매화축제와 달마산 힐링 축제 등의 봄 축제 계획을 급히 접었다. 그렇다고 매화가 피지 않는 것도, 아름다운 풍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에너지를 받을 만한 지역이기도 하다. 상황상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저장놓을 가치는 충분하다.

도솔암은 달마산의 날카로운 기암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야 만날 수 있다


◇ ‘호남의 금강산’ 달마산 능선을 걷다

전남 해남의 달마산(489m).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기암괴석과 날카로운 절벽이 기세등등하게 이어져 있다. 달마산 정상은 기암괴석이 들쑥날쑥 장식하고 있어 거대한 수석을 세워놓은 듯 화려하기 그지없다. 서쪽 골짜기에는 미황사가 자리잡고 있다. 북으로는 두륜산과 접해있고, 삼면은 모두 바다와 닿아있다. 멀리서 보면 사자가 찡그리고 하품하는 것 같고, 용과 범이 발톱과 이빨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산의 끝자락에 달마산의 아름다움에 화룡정점한 듯한 아름다운 암자가 있다. 바로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도솔암’이다.

하늘 끝 신비로운 암자로 불리는 도솔암. 이곳을 가려면 먼저 마련마을을 찾아야 한다. 마련마을에서 시작하는 좁은 산길을 따라 차를 타고 제법 아찔한 3㎞의 길을 꼬박 오르면 도솔암 입구인 도솔봉 정상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도솔암까지는 약 800m. 8부 능선을 따라 난 좁은 산길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도솔암 가는 길의 왼편으로는 진도가 바라보이는 서해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완도가 내려다보이는 남해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달마산 도솔암 가는 길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


동쪽으로 툭 트인 능선의 한 지점에 서면 멀리 완도대교와 상왕봉이 우뚝 솟아 있는 완도의 거대한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해안선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달마산의 기암 못지않은 바위군이 제법 날카롭다. 그 아래로 펼쳐지는 해남의 너른 들녘과 바다의 풍광도 좋지만,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면 그 풍경은 더욱 도드라진다.

도솔봉에 다다를 즈음 좌우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도솔암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계단을 차근히 밟아 올라서면 도솔암에 닿는다. 1칸짜리 작은 전각과 도솔암의 다정한 벗인 듯한 그루의 나무, 그리고 손바닥만한 작은 마당이 전부다. 암자 주변으로 솟아오른 바위는 도솔암의 삼면을 감싸고 있다. 작은 마당 앞에 서면 실로 신선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깝게 어란진과 마주하는 어불도가 바다 위에 떠 있고, 그 너머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육지처럼 보이는 진도가 뚜렷하다.

도솔암


◇도솔암 석양을 보며 ‘국난극복’을 빌다

날카로운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한 도솔암
도솔암의 역사는 1000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도솔암은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수도했던 곳이자, 의상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전한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리 이후 왜구에 의해 불타 폐사했다고 한다. 이후 수백년 동안 터만 남아 있던 곳에 도솔암이 들어선 것은 십 여년이 조금 넘었다. 2002년 월정사 법조스님의 꿈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던 도솔암 터가 3일 동안 보인 후 지은 것이 지금의 도솔암이다.

도솔암의 기암절벽과 그 아래 펼쳐진 풍광은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태연하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 절벽 꼭대기에 세워진 모습은 신선이 머무르는 무릉도원을 닮았다. 산 아래로 펼쳐진 촌락과 들녘, 그리고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미륵보살이 산다는 도솔천이 이곳인가 싶다.

도솔암 아래로 내려가면 삼성각에 닿는다. 삼성각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도솔암을 올려다보면 요새처럼 돌을 쌓아올린 도솔암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천상의 암자 같기도 하고, 난공불락의 요새같기도 하다. 삼성각은 이승기, 신민아 주연의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구미호가 봉인에서 풀려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자연풍광을 담아 인기를 끌었던 사극 ‘추노’도 도솔암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도솔암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해남에서도 최고로 친다. 남도 제1경으로 불릴 만큼 황홀하다. 도솔암 좌측의 기암과 어불도, 진도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붉은 기운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석양빛을 받은 달마산과 도솔암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이곳에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기도한다. “무시무시한 재난 앞에서 인간은 초라할 수밖에 없지만, 모든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재난도 새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어서 끝나기를….”

도솔암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여행정보

△가는 길=땅끝까지 가는 길은 멀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종점인 목포까지 가서 다시 영암방조제를 지나 806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해남이다. 목포에서 아예 2번 국도로 강진 방향으로 향하다가 13번 국도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목포에서 해남까지는 50분가량이 걸린다.

△잠잘 곳= 삼산면의 자연 스토리는 무선동 한옥민박촌의 전통한옥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자연요리와 음식명상 등 바른 먹을거리에 관심 많은 현대인에게 자연과 역사가 담긴 요리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월부터는 해남의 특산물을 활용한 자연요리와 봄꽃을 활용한 화전과 샐러드, 천연색 송편 등 계절요리 체험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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