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2, 제3의 조주빈 막으려면…표창원 의원이 본 `n번방 사건`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표창원 의원
예고 됐던 n번방 사건, 언제든 일어날 범죄였다
빨간 마후라·소라넷·일베, 왜곡된 性가치관 만연
코로나19 처럼 심각성 인지하고 `전수조사` 했어야
모든 관련자 강력 처벌…근본적 변화 교훈 얻어야
  • 등록 2020-04-03 오전 1:03:00

    수정 2020-04-03 오전 1:03:00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경찰대 교수] 조주빈(25) 검거로 텔레그램 `박사방`을 비롯한 이른바 `n번방 성(性)착취 사건`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건의 전모가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이 적지 않은 듯하다. 범행 수법이 자체가 생소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수법이 악질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n번방 사건`은 이미 예고된, 그래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범죄였다. 전에 없던 게 새로 나온 것처럼 놀라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라넷`이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우려스러운 병(病)적인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언제나 있었다. 이번 `n번방 사건`처럼 불법 성착취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앞선 지난 199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빨간 마후라` 사건 이후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온라인 상에서 공유한 사람들은 많았다. 이런 점에서 일베 사이트를 중심으로 왜곡된 성적 혐오글과 범죄 행위를 자랑하는 게시물들이 만연했던 수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을 미리 막지 못한 게 아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정부는 비교적 일찍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수조사로 대응했다. n번방 사태와 같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해서도 이런 대응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당장은 `n번방` 운영자부터 영상 제작과 유포자, 유료회원 등 이 사건과 관련된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추가적인 피해자 발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검찰과 경찰이 전담 수사조직을 만들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터질 때 들불처럼 끓어 오르는 여론을 따라 반응하는 식이면 안 된다. 이런 류의 사건을 담당할 상시 수사체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특히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 아직도 일반인의 실수 내지는 조금 지나친 취미행위 정도로 보는 인식이 보통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사·사법당국에도 만연해 있는 듯하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통해 미성년자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주동자, 그리고 이를 시청·소지하는 단순 가담자까지도 응징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번 `n번방` 사건으로도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교훈을 얻지 않는다면, 언젠가 제2, 제3의, 그리고 `n번째의` 조주빈은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