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규제기관들의 이 같은 노력은 규제기관, 금융사 그리고 소비자 3자간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필자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비쳐쳤다. 우리도 어떤 규제를신설할때 규제 당국이 해당 금융사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철저한 피드백을 받는 절차를 거치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다. 소비자와의 소통부재가 결국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최근 몇 년간 잇따라 발생한 사모펀드사태였다. 원래 사모펀드의 운용 방식은 폐쇄적이다. 특정 소수 전문가들이 모여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고, 판매사는 돈을 모으며, 운용사는 모인 돈을 투자하고 금융당국은 이를 관리· 감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인력 3명만 있으면 사모펀드를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투자자들도 전문성에 관계없이 1억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문턱을 대폭 낮췄다. 여기에 사후등록제가 허용되면서 공모펀드에 비해 자본시장법상 훨씬 느슨한 규제를 받게 됐다.
금융업계도 당국의 규제만 고민할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단 사모펀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할 일이다. 더 이상 실적에만 치우치지 말고 소비자의 생활여건과 재정 상황, 이에 따른 금융상품의 리스크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을 팔았으면 한다. 고객의 요구는 늘 변화하는 만큼 그 변화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고객이 어려움을 겪을 때 진정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누군가가 은퇴를 고민하게 되면 재정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사모펀드 사태는 이런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을 어떻게 공정히 대우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금융사들에겐 일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금융당국과 금융사, 소비자간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