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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칠라…'제2 김태현·김병찬' 막으려면

전 연인 스토킹 살인 김병찬, 29일 오전 검찰 송치
경찰 "격리조치 제대로 못해" 사과…법 개정 시사
과태료→형사처벌 상향 조치…피해자 보호 실효성↑
"지자체·민간 포함 실질적 피해자 보호조치 마련 필요"
  • 등록 2021-11-30 오전 7:45:46

    수정 2021-11-30 오전 7:45:46

[이데일리 정병묵 이소현 기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9일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35)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은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11번이나 거듭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이미 사과를 직접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골식당 주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창원 식당 여주인 살인사건’. 자신의 연락을 피했단 이유로 16살 연하의 전 남자친구를 살해한 ‘전주 원룸 살인사건’.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김태현(25) 사건’. 올해 연이어 발생한 스토킹 강력범죄 사건이다. 지난달부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뒤 국민들은 삐뚤어진 감정에서 시작한 집착이 살인까지 이르는 스토킹 강력 범죄가 근절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법 시행 한 달도 안 된 지난 19일 또 ‘김병찬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경찰이 대국민 사과를 거듭하고 관련 법을 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사후 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제대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병찬 사건을 두고 스토킹처벌법상 ‘실질적 격리 조치(잠정조치 제4호)’를 신속하게 못한 점을 패착으로 꼽았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잠정조치 4호나 신병 구속까지 가기 위해서는 피의자와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재발 우려도 소명돼야 하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여러 신고 내용이나 범죄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되도록 4호 적용을 우선 고려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스토킹 가해 우려자 조치를 위해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를 신설할 방침이다. 현재 과태료 수준인 긴급응급조치 위반을 형사처벌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것. 또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위반하면 반드시 입건해 과태료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재범 우려로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항을 적극 활용해 격리한다. 이를 위해 스토킹 담당 경찰을 현재 64명에서 150명까지 확대해 배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이날 발표한 대책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시행 전부터 구멍이 많다는 지적을 계속 받았다. 경찰이 인정한 대로 실질적 격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법 시행 후 신고가 폭증할 시 실제 경찰이 이를 감당할 인력이 되느냐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분리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벌금 내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징역까지 갈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이 터지고 나서 법을 바꾸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다시 찬찬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결국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와 범죄자를 어떻게 분리할 지가 관건인데, 경찰관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피해자들을 100%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추후 법 개정에서는 피해자가 위급한 상황에 놓일 시 지방자치단체와 필요하다면 민간업체까지 포함해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심도 깊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전 연인이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휘둘러 살해했다. 헤어진 직후부터 5개월간 지속적인 연락과 폭언을 들은 피해자는 이달 7일 김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자 신고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로 분류됐고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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