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35)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은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11번이나 거듭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이미 사과를 직접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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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 시행 한 달도 안 된 지난 19일 또 ‘김병찬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경찰이 대국민 사과를 거듭하고 관련 법을 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사후 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제대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스토킹 가해 우려자 조치를 위해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를 신설할 방침이다. 현재 과태료 수준인 긴급응급조치 위반을 형사처벌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것. 또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위반하면 반드시 입건해 과태료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재범 우려로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조항을 적극 활용해 격리한다. 이를 위해 스토킹 담당 경찰을 현재 64명에서 150명까지 확대해 배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이날 발표한 대책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시행 전부터 구멍이 많다는 지적을 계속 받았다. 경찰이 인정한 대로 실질적 격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법 시행 후 신고가 폭증할 시 실제 경찰이 이를 감당할 인력이 되느냐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분리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벌금 내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징역까지 갈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이 터지고 나서 법을 바꾸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다시 찬찬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전 연인이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휘둘러 살해했다. 헤어진 직후부터 5개월간 지속적인 연락과 폭언을 들은 피해자는 이달 7일 김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자 신고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로 분류됐고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