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돋보기]애플TV '파친코'는 K콘텐츠일까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 등록 2022-05-24 오전 6:15:00

    수정 2022-05-24 오전 6:15:00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대한민국은 어느 산업이든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한계를 의식해야 하는 국가다. 물론 내수시장만으로 충분한 산업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여 년 전만 해도 미디어산업은 글로벌화의 대상으로 논의되기 어려운 분야였다.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한 후에도 K-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만 존재했었다. 콘텐츠 산업은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일 뿐 아니라 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후자의 경우 콘텐츠를 통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게 투자를 받은 경계에 있는 K-콘텐츠라고 할지라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 확보 등을 고려하면 K-콘텐츠의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제 K-콘텐츠를 논할 때 ‘글로벌’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됐다. K-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K-콘텐츠가 동아시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투자한 K-콘텐츠의 과실은 대부분 넷플릭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레거시 방송미디어의 재원 구조는 악화되고 있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제작 투자를 받고자 하는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의 니즈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콘텐츠 산업은 간접적인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가진 의미도 간과하기 어렵다.

애플TV+의 오리지널 ‘파친코’의 제작비는 1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나 제작사가 상상하기 어려운 큰 규모의 제작비다. 애플TV+의 모회사는 전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이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적자를 감안해도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용자 확보와 더불어 플랫폼의 평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다’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애플TV+의 콘텐츠 투자는 향후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파친코’를 K-콘텐츠라고 볼 수 있을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국내 콘텐츠에 대한 제작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K-콘텐츠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파친코’에는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 국내 배우가 다수 출연하지만 애플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기본적으로는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K-콘텐츠의 범주에서 배제하기도 어렵다.

K-콘텐츠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게 만든 것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국내를 비롯해 진출한 국가에 현지화된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이제 국내에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 애플TV+가 국내에 진출해 있고, ‘파친코’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넷플릭스 이외의 다른 글로벌 사업자들도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OTT 이용량 및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OTT 시장에서는 국내 콘텐츠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또한 K-콘텐츠 수급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들의 K-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제는 K-콘텐츠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다. K-콘텐츠의 범주를 정하는 일은 정책적인 지원 대상을 설정하는 측면에서나 문화적인 측면에서나 앞으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역동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미디어 시장에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K-콘텐츠의 기준을 정하는 일은 어려운 만큼 더욱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며, 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콘텐츠들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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