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특히 ‘전문성 부족’이라는 표현으로 더욱 아프게 꼬집었다. 조 교수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켜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부동산 정책 지시가 나오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설정된 목표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에는 의문이 뒤따른다.
우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다주택 매매 권고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이 나왔던 지난해 12월16일 노 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수도권 다주택’일 경우 1채만 남기고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시한까지 못 박았다. 6개월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소비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다. 노 실장이 꺼낸 ‘권고’ 카드의 효과는 지대할 수도 있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소비 심리까지 고려했을지 자못 의심이 든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공개될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다.
물론 당시 북한이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시점이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청와대는 2주 넘게 해당 권고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6월28일 전술한 조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청와대와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이 도마 위에 오르자 부랴부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노 실장이 다주택 재권고에 나선 건 자체적으로 정한 시한이 2주나 지난 2일에서였다.
재권고에 나서면서는 기준도 다소 달라졌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다주택을 보유했을 경우 매도에 나서라고 했지만 정작 서울 서초와 충북 청주에 다주택을 보유해 해당사항이 없던 노 실장이 집을 팔겠다고 나섰다. 그렇다면, 부산과 오산에 주택을 소유한 김외숙 인사수석도 집을 팔아야 하는지, 충북 청주에만 3채의 집을 가진 황덕순 일자리 수석도 매도에 나서야 하는지 청와대는 설명이 없다.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의 경우도 모호하다. 서울 마포에 거주하는 여 비서관은 경기도 과천에 분양권이 있다. 이 분양권은 전매 제한에 걸려있다. 다주택 참모가 거론될 때마다 여 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분양권이 있다고 현재 실거주 중인 마포 자택을 매각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설명이 없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노 실장의 재권고 사실을 전하면서 “비서관급 이상에서 다주택 보유자는 12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유정열 산업통상비서관 등 신규 참모들이 다주택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최상영 비서관은 여 비서관과 같이 분양권을 갖고 있는 경우이고 유정열 비서관은 온전한 1채가 아닌 4분의1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다. 1.5채라고 항변한 강민석 대변인과 유사한 케이스인 셈이다.
혹은 오피스텔의 경우를 다주택에서 제외한 셈법을 했을 경우도 있다. 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과 석종훈 중소벤처비서관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청와대가 온전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으니 비서관급 이상 12명의 다주택 보유자는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이 관계자는 또 “(다주택 해소 여부가) 청와대 고위직 임명에서 하나의 잣대가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도 했다. 그 당시 청와대가 밝힌 다주택자는 11명이었는데 지난 2일 밝힌 다주택자는 1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분양권과 오피스텔, 지분 여부를 예외를 두지 않고 모두 포함하면 15명까지 늘어난다. 고위직 임명의 잣대를 국민들은 반대로 이해했던 셈인가.